블록체인 기술 기업 DSRV, 월드뱅크와 마다가스카르 디지털 공공 인프라 실증
3년동안 해결 못한 난제 4개월만에 해결....K-블록체인 기반 K-디지털 행정 수출 가능성 제기
국제기구의 원조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인프라 미비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아프리카에 한국의 한 블록체인 기술 업체가 해결책을 제시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카드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결합해 보조금의 등록부터 지급, 사용, 정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 정산함으로써 보조금의 오남용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DSRV가 설계한 이 시스템은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마다가스카르에서 농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증을 마쳤고 지원 주체인 월드뱅크의 극찬을 받았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내 다른 국가들도 해당 시스템의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K-블록체인이 아프리카의 디지털 행정 시스템을 주춧돌부터 다진 사례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국제 원조 부정 해결책 제시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약 3300만명에 한반도의 약 2.5배가 넘는 국토를 가진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656달러로 최빈국에 속한다. 제빵과 음료 제조에 쓰이는 향신료인 바닐라빈의 전세계 생산량 75%를 책임지지만 취약한 인프라와 만연한 부정 부패로 그 성과가 농민들에게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국제 원조를 받는 국가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제금융기관인 월드뱅크는 원조의 공평한 보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년간 노력을 기울여왔다. 주로 종이 바우처 형태로 제공됐던 보조금은 받아야 할 농민은 한 장도 손에 쥐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 여러 장을 챙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정세가 어지러운 최빈국에서는 보조금이 제대로 가지 않으면 농민의 불만이 곧 사회의 불안으로 번지게 된다. 마다가스카르도 몇번의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고질적인 정치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보조금의 공정하고 투명한 배포는 월드뱅크를 포함한 국제기구와 마다가스카르 정부가 오래 붙들고 있던 숙제였다. 여기에 DSRV의 블록체인-NFC 솔루션이 해답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캐나다 핀테크 회사 제치고 디지털 인프라 원조 기회 잡아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지난 2024년 7월 월드뱅크와 마다가스카르 농업·축산 부처가 종이 바우처를 전자 바우처로 바꾸는 기술을 물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주로 선불금융사와 지급결제(PG) 사업자들과 미팅을 진행했지만 우연찮게 DSRV도 발표 기회를 갖게 됐다. 여기서 제시한 블록체인 기술과 NFC의 결합 솔루션이 월드뱅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호성 DSRV 글로벌 사업실장은 “아프리카에서 포용적 금융을 해보겠다는 것은 창업자의 오랜 꿈”이라며 “NFC 카드와 오프라인 거래 동기화, 생체인증 기반 다중신원인증(MFA)을 결합함으로써 위변조 문제와 취약한 통신 인프라 문제를 한번에 해결한 것이 월드뱅크에게 어필했다”고 밝혔다.
미국, 캐나다의 금융과 핀테크 업체를 제치고 한국-세계은행 협력기금(KWPF) 사업에 선정된 DSRV는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고 실증에 들어갔다. DSRV보다 먼저 구축에 들어갔던 회사들이 어려워했던 취약한 통신 인프라는 NFC 카드와 단말기라는 오프라인 구조로 해결했다. 다중신원인증(MFA)은 한 사람이 여러 바우처를 사용했던 고질적인 악순환을 끊었다.
초·중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드물었고 숫자 개념이나 글을 읽는 능력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은 현지 사정을 적극 반영해 단말기의 화면에서 글자를 빼고 그림과 아이콘, 픽토그램 위주로 짰다. 국제적으로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이용자나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준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보다 더 쉬운 설계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가 구축되자 농민이 카드를 충전하고 쓰는 순간순간이 활성화율과 구매 품목까지 바우처 관리 시스템(VMS)에 실시간으로 기록됐다. 농업 공무원은 보조금이 누구에게 전달되고 어디에 쓰였는지를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사후 보고로 진행되던 시스템이 실시간 관리로 바뀐 것이다. 90만달러 규모의 농업 보조금 실증 사업이 농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과거와 다르게 큰 문제 없이 돌아가는 것을 현지 공무원과 월드뱅크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직접 검증하고 결과를 확인했다. 정 실장은 “그동안 모두가 실패한 것을 K-블록체인이 해낸 것”이라고 감격을 토로했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행정 인프라의 수출 가능성 제시
KWPF 지원으로 진행된 약 90만달러 규모의 농업 보조금 실증 사업이 농민 1000여명의 신원 등록부터 사용까지 큰 문제없이 돌아가면서 국제 기구의 평가도 급변했다. 월드뱅크는 오는 29일 마다가스카르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모두 모아 국가 농업 디지털 공공인프라 워크숍을 개최한다. DSRV는 이 자리에 보조금 지급 시스템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정식으로 초대받았다. 수많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인프라가 부실한 현지 환경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입증한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은 단발성 발표를 넘어 마다가스카르의 국가 농업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한 첫 협의다. 기존 디지털 사업의 현황 점검부터 우선순위 데이터 선별, 정부 부천 간 거버넌스 조율, 재원의 지속가능성까지 한 나라의 행정 인프라 뼈대를 짜는 의제들이 다뤄진다. 한국 회사가 제안한 기술모델이 아프리카 한 나라의 인프라 표준을 세우는 논의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성공 사례가 전파되면서 아프리카 내 다른 국가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달 에티오피아 정부 대표단이 DSRV의 지원 모델을 직접 확인하러 한국을 찾는다. 이 자리에서는 월드뱅크를 포함해 국내 글로벌 원조 기구들도 함께 자리해 K-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행정 시스템의 확산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 실장은 “한국이 전자정부와 디지털 행정에서 쌓아온 신뢰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제 사례가 더해졌다”며 “K-블록체인에 기반한 ‘K-디지털’ 행정 수출의 새로운 가능성에 유관기관과 대기업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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