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에 타버린 그의 가련한 발과 잘못된 판단, 허영심, 기다란 코…. 나는 여섯 살 때부터 그를 등에 업고 살아왔다.”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한 전시 ‘나의 말과 피노키오(My Words & Pinocchio)’ 한쪽 벽면에는 목탄으로 쓴 글귀가 있다. 미국 현대미술의 대가 짐 다인(91)이 전시 준비 기간에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 쓰고, 지우고, 덮어쓰기를 반복하며 완성했다. 글귀에서 “그”로 불린 작가의 ‘평생 친구’ 피노키오는 디즈니 만화 영화 속 밝고 희망찬 존재가 아니다. 어딘가 불안하고 불온한, “긴 여정을 통과 중인 인간”이다.


다인은 1950, 60년대에 음악가 존 케이지, 미술가 클라스 올든버그 등과 교류하며 현대미술의 발전을 이끈 작가로 평가된다. 1960, 70년대에는 ‘실내용 가운’과 ‘하트’를 소재로, 1990년대부터는 ‘피노키오’를 소재로 한 연작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설치된 9m 높이 피노키오 조형물로 잘 알려져 있다.
아흔을 넘긴 원로 작가는 “내게 예술은 멈출 수 없는 행위”라며 “예술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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