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첫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지난 2일 나온 가운데, ‘신속한 구제’에만 치중한 노동위의 절차가 기업의 방어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위 판정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법원으로 향하면서 노사 간 법적 분쟁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1000쪽 이유서 열흘 만에 설명하라니”
3일 경영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노동조합법을 두고 분쟁에 휩싸인 기업들 사이에서 “답을 정해놓고 몰아붙이는 심의”라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핵심은 지나치게 짧은 심의 기간이다. 개정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각 지방노동위는 원청이 하청노조의 사용자인지(실질적 지배력)를 판단하는 절차인 ‘교섭신청 미공고 사건’은 최장 20일,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3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하청노조가 제출한 1000쪽이 넘는 이유서를 신청 20일이 지나서야 전달받았다”며 “남은 열흘 동안 방대한 내용을 검토하고 대응 논리까지 만들라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판정 기일이 잡혔는데 담당 노동위에서 현장 조사 한 번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방노동위원회는 업무 과중을 이유로 판정 기일을 연기하고, 당사자들에게 노무사 선임을 권고하는 등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경북지방노동위는 포스코 하청노조 측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건에 대해 이날 1차 심문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하게 맞선 탓이다. 2차 심문회의는 오는 8일로 예정됐다.
‘불친절한 판정문’도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2일 충남지방노동위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정식 판정문 없이 한 장짜리 보도자료만 배포됐다. 법원과 달리 결정 후 판정문을 작성하는 노동위의 절차적 특성 때문이다. 핵심 판단 사항인 교섭 의제에 대해서도 ‘안전관리 및 인력배치’라는 한 줄 설명이 전부였다.
◇“교섭해도 분쟁 끝없이 이어질 것”
더 큰 문제는 원청과 하청노조가 노동위 판정에 따라 교섭을 시작해도 분쟁이 끝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서 노동위가 인정하지 않은 임금·직접고용 등 추가 의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위가 교섭 의무를 인정한 의제는 반드시 교섭해야 하지만, 판단하지 않은 의제는 교섭 여부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이를 두고 이견이 생기면 부당노동행위 구제 절차를 통해 다시 사용자성 판단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청노조가 ‘산업안전’ 같이 사용자성 인정이 용이한 의제를 발판 삼아 임금·직접고용으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 또다시 사용자성 판단을 반복해서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위 판정에 따라 교섭에 나서도 분쟁이 종결되는 구조가 아니다”며 “노조가 교섭 의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 추가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충남지노위가 1호 판정에서 ‘과업지시서’를 근거로 인력배치를 교섭 의제로 인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에서 공장 관리자가 청소용역업체에 작업장소 배정 등을 과업지시서로 정하는 것은 도급·위임 계약상 일반적 지시권에 해당할 뿐, 원청이 하청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근거로 볼 수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시작부터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경영계에서는 결국 노동위 단계에서 분쟁이 해결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종 판단은 결국 법원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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