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알렉사에게’
성능경·노송희 등 8인 참여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질문을 던지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손가락 하나로 수많은 데이터에 닿을 수 있는 디지털 사회에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선보이는 주제기획전 ‘알렉사에게’는 기록과 정보의 가치를 다시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인류 최초의 도서관이자 지식의 총체였던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아마존의 AI 플랫폼인 알렉사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류하고 통제하려 했던 인간의 욕구가 오늘날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전시 구조는 직관적이다. 이메일 포맷에서 착안해 과거의 정보와 현실의 인식 조건을 다룬 전시실 1은 ‘보낸 편지함’으로, 데이터의 축적과 대안적 기록을 다룬 전시실 2는 ‘받은 편지함’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에 개별 작품이 주는 시각적 충격은 크지 않다. 다만 공간의 정체성이 전시의 주제 의식을 뒷받침한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현대미술 관련 기록과 자료를 선별해 수집하고 보존하며 연구하는 전문 기관이다.
전시장에서는 정보를 다루는 작가들의 접근 방식이 눈에 띈다. 한국 개념미술의 거장 성능경의 ‘현장 6’은 1978~1981년 수집한 신문의 보도 사진을 이어붙여 재구성한 작업이다. 작가는 신문에서 특정 정보를 강조할 때 쓰이는 점선 등의 기호를 사용해 화면을 구성했다. 또 별개의 뉴스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연결해 하나의 지도처럼 만들었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원문 기사들을 역추적해 종이 신문 형태로 전시장 한편에 펼쳐 놓았다.
노송희의 ‘드리프트 드래프트’는 기술 환경의 변화를 물질적으로 포착한다. 작가는 꽃 사진엽서 한 장을 끊임없이 스캔하고 인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원본이 상실될 때까지의 데이터 순환 경로를 보여준다. 박지호의 ‘하나부터 열까지’는 드로잉 머신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AI 이미지 기술을 구조적으로 파헤친다. 이같은 작업들은 1980년대 신문부터 2020년대 생성형 AI까지 지난 50년간의 정보 과잉 시대에 인간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각적 화려함이나 감동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정적인 전시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빠르게 소비되고 증발하는 이미지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라면 주목해 볼 만하다. 미술관이 분류해 놓은 정보의 미로 속을 거닐며 스스로 능동적인 정보 탐색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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