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대한 남다른 상상력을 가진 작가 천선란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연극 ‘뼈의 기록’(사진)은 개막 소식 자체로 커다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2025년 출간된 소설집 <모우어> 속 동명의 단편이 무대 위로 생생하게 옮겨졌기 때문이다.
2085년 근미래, 인류의 온기가 식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극은 시작된다. 안드로이드 로봇 장의사 ‘로비스’는 무연고자들의 시신을 꼼꼼히 염하며 그들의 살과 뼈에 남은 일상의 흔적을 추적한다. 감정이 배제된 로봇의 시선은 역설적으로 인간 삶의 덧없음과 소중함을 동시에 조명한다.
이 차가운 로봇에게 ‘온기’라는 변수를 불어넣는 존재는 장례식장 청소부 ‘모미’다. 두 인물은 슬픔, 상상력,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공유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을 서사 중심부에 놓는다.
배우 강기둥은 90분간 단 한 번의 퇴장 없이 무대를 지키며, 로봇이 서서히 인간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본래 로봇에게 타인의 인생에 공감하는 능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로비스는 모미와의 교류를 통해 데이터 너머의 마음, 즉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했을 마지막’을 유추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극의 하이라이트는 모미의 시신을 품에 안고 영안실을 탈출하는 로비스의 결단이다. “어렸을 때 화상을 입었던 모미는 뜨거운 여름조차 싫어했습니다. 화장터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로비스는 모미를 한 줌의 재로 만드는 대신, 우주비행사에게 부탁해 그녀를 끝없는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우주로 보낸다. 그렇게 모미의 육신은 지상의 고통을 벗어나 영겁의 세월을 유영하는 ‘우주 여행자’가 된다.
원작자 천선란 작가는 이번 무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천 작가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로비스가 영안실을 탈출할 때 캐릭터를 가두던 좁은 세상이 확 열리는 시원함을 느꼈다. 이 지점이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해소되었다”고 했다. 실제로는 로비스가 제자리에서 뛰는 장면이지만 조명이 어우러진 무대 연출이 긴박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이면서 속도감을 만들어낸다. 천 작가는 배우의 연기로 인해 안드로이드가 자칫 너무 감정적으로 비춰질까 우려했던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차가운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 로봇의 표현력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장한새 연출은 이번 연극이 소설과 다른 점에 대해 “‘애도가 부재한 세상’을 키워드 삼았다”고 설명했다.
연극 ‘뼈의 기록’은 인간이 아닌 로봇의 손길이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차가운 금속의 몸으로 가장 뜨거운 작별 인사를 건네는 로비스의 여정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울컥이는 마음이 찾아온다.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5월 10일까지.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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