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유아 사교육 규제를 본격화하자 학원 현장에서는 제재 기준의 모호성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지교습’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커지고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일 ‘아동 발달권 보호를 위한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레벨테스트, 유해교습행위, 과대·허위광고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4세 고시, 7세 고시 등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고, 과도한 조기 경쟁과 선행 학습으로 인한 발달 저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만 3세 미만 영아를 대상으로 한 인지교습은 전면 금지하고, 3세 이상 유아를 대상으로 한 인지교습은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한다. 인지교습은 ‘강사가 주도해 문자·언어·수리 등 교과목 지식을 주입하는 행위’로 규정됐다.
“놀이·학습 경계 모호…반복학습은 다 인지교습?’”
학원 현장에서는 ‘인지교습’의 정의가 불명확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어학원 유치부를 운영하는 원장 B씨는 “유치부 수업은 놀이, 체육, 파닉스, 워크북, 책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섞여 있는데, 반복적으로 파닉스를 가르치는 시간이 인지교습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며 “영어 동화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단순 노출인지 학습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를 뜻하는 ‘애플(apple)’을 열 번 반복하면 불법이고 한 번만 가르치면 합법이라는 의미인지 의문스럽다”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기준의 모호성을 틈타 우회 운영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도 과천의 한 영어학원 원장은 “인지교습을 하루 3시간 미만으로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2시간은 영어 수업, 나머지는 체육·미술·영어놀이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어유치원은 원래 학습을 놀이처럼 운영해온 만큼 형식만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다”며 “읽기나 단어 암기 등은 가정학습으로 돌리고 학원이 진도를 관리하면 기존과 큰 차이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권 침해 vs 부담 완화”…유아 사교육 규제에 학부모 ‘엇갈린 반응’
이 같은 규제에 대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특히 ‘인지교습’ 제한을 두고 교육 선택권 침해라는 반발이 나온다. 학부모 A씨는 “아이 특성상 반복 학습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파닉스나 영어 그림책 읽기 등을 일정 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하는 수업이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부모인데, 부모가 선택한 교육 방식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규제를 피해 다른 형태의 사교육으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교육 1번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의 한 학부모는 “이미 학군지에서는 1대1 과외 형태로 외국어 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학원 규제가 강화되면 이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규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교육이 ‘불안 심리’에 따라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일괄적인 규제가 오히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만 3세 자녀를 키우는 장모씨는 “효과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남들이 하니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전반적인 규제가 생기면 이런 분위기가 완화될 것 같다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교육 경감 실효성 의문"
전문가들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영유아 사교육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프리랜서형 1인 교습, 비인가 국제학교 등 규제 사각지대가 많아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교육이 규제를 피해 ‘음지’로 이동할 경우 오히려 비용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 교수는 “규제를 피해 형성된 사교육에는 프리미엄이 붙어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사교육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교육이 유아 단계에서 질 높은 영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야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며 “현재는 공교육만으로 충분하다는 신뢰가 부족해 사교육으로 보완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2 weeks ago
15


![고객확인 20년, 형식적 절차 넘어 실질적 점검으로 [화우 자금세탁방지인사이트]](https://pimg.mk.co.kr/news/cms/202604/21/news-p.v1.20260420.d0145b853964435a8b33bba5b6c5a73d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