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덜어내니 풍미 깊어졌다… 질좋은 한우의 맛 살린 불고기[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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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시 ‘삼일회관’의 돌판한우불고기정식. 1인분에 2만3000원이다. 김도언 작가 제공 김도언 소설가 강원 삼척시를 생각하면 산과 바다가 떠오른다. 산세가 깊은 내륙으로 들어가면 수천 년의 시간이 빚어낸 천연동굴이 숨어 있고, 바다 쪽으로 나오면 푸른 동해와 수려한 해변이 기다린다. 산에서 나는 것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 모두 풍성하니, 삼척은 말 그대로 산해진미의 고장이다. 삼척중앙시장에 가면 그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다. 시장 골목마다 온갖 먹거리가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에게는 이미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시장의 활기찬 골목을 뒤로하고 조금만 걸으면 뜻밖에 조용한 고깃집 하나를 만난다. 삼척중앙시장 바로 뒤편에 자리한 ‘삼일회관’이다. 삼일회관이 문을 연 것은 1980년이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한자리를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맛집이라기보다는 현지인들이 알고 찾는 집에 가깝다. 하지만 이 집의 고기만큼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삼일회관은 ‘대한민국 1%’에 속한다는 미경산 한우를 쓴다. 미경산 한우란 한 번도 송아지를 낳지 않은 36개월 전후 암소에서 얻은 고기를 말한다. 뛰어난 마블링과 육향을 함께 갖춘 것이 특징이다. 삼일회관은 이 좋은 고기에 워터에이징이라는 숙성법을 더한다. 진공 포장한 고기를 물속에 일정 시간 담가 숙성하는 방식인데, 진공 상태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수분 손실을 줄이고 고기의 육즙과 풍미를 좀 더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 숙성 과정에서 육질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고기 특유의 향미도 깊어진다. 메뉴판을 펼치면 선택의 폭도 제법 넓다. 설화등심을 비롯해 안심, 갈빗살, 살치살, 토시살, 안창살 등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양념제비추리와 육사시미, 육회도 특선으로 준비돼 있다. 한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부위를 골라도 좋을 만한 구성이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들렀던 나는 소불고기(점심특선 ‘돌판한우불고기정식’)를 주문했다. 소불고기는 첫맛부터 자극적이지 않고, 흔히 불고기에서 느껴지는 지나친 단맛이나 화학조미료의 강한 맛도 없었다. 그렇다고 밋밋한 것도 아니었다. 고기를 씹을수록 은근한 감칠맛이 입안에서 차곡차곡 올라왔다. 양념이 고기의 맛을 덮는 것이 아니라 고기에서 나오는 맛을 뒤에서 받쳐주는 느낌이었다. 고기와 함께 나온 반찬도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고깃집의 밑반찬이라고 하면 흔히 몇 가지 김치와 나물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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