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비루한 파리 골목에서…생생히 살아있는 도시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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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Paris Unseen)’ 사진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가장 날것의 파리를 드러내며 관객을 맞이한다.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사진전에서 한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사진전에서 한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회는 우리가 에펠탑과 센 강으로 기억하는 낭만의 도시를 소개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감정은 당혹감, 또는 일종의 시각적 충격이다. 렌즈는 화려한 대로를 벗어나 파리의 은밀하고 어두운 구석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한국 사진계의 거장 구본창을 비롯한 51명의 작가들은 따듯한 느낌을 간직하면서도 매섭고 호된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와 무질서한 거리의 풍경은 우리가 동경해 마지않던 파리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배반한다. 지저분한 파리의 민낯은 아름다움이라는 거창함 아래 가려졌던 도시의 본모습과 그곳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작가들의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파리의 골목길은 누군가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비루한 현장이다. 하지만 세월의 먼지와 인간의 족적이 파리라는 도시가 어떻게 켜켜이 쌓아 올려졌는지 보여준다. 화마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 을 망연히 바라보는 시민들의 얼굴이 전시된 코너에선 발걸음을 쉽게 뗄 수 없다.

전시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가 지향하는 건 관객의 틀과 편견을 깨부수는 데 있다.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이라는 고정관념, 특정 도시에 품어온 확증 편향을 걷어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낭만 필터를 제거하고 마주한 파리는 때로 거칠고 추하지만, 그만큼 생생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전시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파리와 사진술이 맺어온 끈끈한 인연이다. 사진의 역사는 곧 파리라는 도시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1826년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가 빛을 이용해 최초로 이미지를 고정하는 데 성공한 이후, 1839년 루이 다게르가 ‘다게레오타입’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사진 시대를 열어젖힌 곳이 바로 이곳이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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