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나오셨어요?"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막무가내로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요청했던 김재환 전 MBC PD에게 했던 말이다.
백종원은 최근 만난 김재환이 마스크를 쓰고 다가오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김재환의 연락처조차 없었다. 백종원은 자신의 갑질을 폭로했던 김재환에게 독대를 요청하며 그제야 전화번호를 물었다. 평소 두 사람의 친분이 두텁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재환은 최근 백종원의 최근 백종원의 갑질 논란을 폭로하며 저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겪은 피해는 없다. 주변 관계자들의 제보가 '갑질 폭로'의 근거가 되고 있다.
김재환은 지난달 21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오재나'를 통해 과거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던 백종원의 갑질을 폭로했다.
김재환은 "백종원은 방송사에 점점 무리한 요구를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지명하는 작가팀, 촬영팀을 넣으라고 한다"며 "PD는 미친다. 프로그램 분위기는 PD와 촬영팀 호흡이 중요하다. 백종원이 데려온 촬영팀이 백종원 대표 심기만 살피면 현장 권력은 백종원에게 쏠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백종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방송에서 하차했다. 갑자기 출연 못하게 된 분에게 CP나 PD가 직접 가서 사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김재환은 직접 백종원을 만나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스튜디오 오재나'에는 '4시간30분, 백종원 대표와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김재환은 지난 3일 프랑스에서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3' 촬영을 마치고 귀국한 백종원과 공항에서 만났다.
김재환은 마스크를 쓴 채 무작정 마이크를 들이밀며 백종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백종원은 그런 김재환 PD를 단박에 알아보지 못하고 "어디서 나오셨냐"고 물었다. 이에 김재환은 급히 마스크를 내리고 이름과 신분을 밝혔다. 그의 신분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과거 그가 연출했던 방송 프로그램 '트루맛쇼'도 언급했다. 이에 백종원은 그의 손을 붙잡고 "왜 이렇게 나를 못살게 구시냐. 감독님 나하고 악연 있으시냐. 왜 그러시냐"고 물었다.
또한 백종원은 "나도 억울한 게 되게 많다. 하지만 아직 가만히 있다"고 호소했다. 김재환은 백종원이 출연했던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을 언급하며 "점주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골목식당'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위생이니 이런 것으로 빌런 만들어놓지 않았나.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점주님들 얘기가 왜 나오냐"라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인간적으로 가혹했던 적은 없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재환은 카메라를 끄고 촬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소지하고 있던 녹음기를 통해 백종원과의 대화가 녹음됐고, 유튜브를 통해 녹음본이 공개됐다. 김재환은 유튜브를 통해 녹음본 공개 전 "아, 내가 깜빡했다. 카메라도 껐고, 와이어리스 마이크도 치웠는데 주머니와 옷 여기저기 녹음기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백 대표님께 미처 말씀을 못 드렸다. 이건 명백히 내 실수"라며 "아무튼 백 대표님과 내가 나눈 대화가 좀 더 녹음이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녹음본에서 백종원은 김재환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백종원은 "나는 이때까지 살면서 진실되게 살아왔다. 감독님 전화번호를 주셔라. 내일이라도 만날 수 있다. 대신 카메라 없이, 단둘이 보자"고 했다. 그렇게 김재환 PD는 백종원과 만나 4시간 30분여간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녹음본 공개는 백종원의 분노를 터트리게 했다. 이와 관련해 백종원은 13일 뉴스1을 통해 "진정성 있는 조언으로 받아들여 성찰의 계기로 삼았지만 결과적으로 왜곡되고 일방적인 콘텐츠로 소비됐다. 허탈감이 컸고 그 신뢰가 저버려진 방식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레 카메라를 들이밀며 접근해 왔지만 상당 시간 비판 내용을 들었다. 오히려 좀 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자고 먼저 제안했다. 다음 날 사무실에서 단둘이 만날 때도 직접 마중 나가 주차를 도와주는 등 예우를 갖췄다. 4시간 반 동안 쉼 없이 진심을 담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PD가 점주 피해를 언급하며 잘못을 지적한 점은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당초 목적과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며 "공익적인 목적과 달리 자극적인 소재를 일삼는 일반 유튜버 관행과 다를 바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사진=스튜디오 오재나 |
이런 가운데 같은 날 김재환은 유튜브를 통해 또 백종원의 갑질을 폭로했다.
김재환은 백종원이 가수 김호중의 SBS 출연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백종원의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것.
김재환은 "잘나가던 SBS '골목식당'이 동시간대 방송된 TV조선 '미스터트롯' 때문에 시청률 타격을 받을 때 이야기"라며 "'골목식당'에 대한 애착이 컸던 백종원은 '나는 '미스터트롯'과 시청률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거기 나온 김호중을 SBS 예능에 출연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더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재환은 "백종원이 SBS 예능국 CP에게 전화해 '미스터트롯' 출연자를 예능국에서 캐스팅하면 나는 SBS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겠다'고 말했고 예능국 CP는 '애들이 뭘 잘 모르고 한 것 같다'고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뒤로 PD들 사이에 '백종원이 전화 한 통으로 출연자를 하차시켰다'며 갑질 논란이 돌았다"고 전했다.
한편 김재환은 지난 2011년 맛집 정보 프로그램의 실상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를 제작한 인물이다. '트루맛쇼'는 맛집 프로그램에 나오는 맛집들은 나오는 메뉴나 손님 반응 등 모든 것이 제작진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백종원이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