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법제처장에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이자 자신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을 맡은 조원철 변호사를 임명하는 등 12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부처 차관과 차관급이 수장인 외청장에는 대부분 고시 출신 내부 관료가 승진 발탁됐다. 최초 여성 병무청장도 탄생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조원철 신임 법제처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판사 출신으로 2015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장을 끝으로 법복을 벗었다. 관악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나왔다. 이 대통령이 대선 직전까지 재판받은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기도 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차명 재산 의혹으로 물러난 오광수 전 민정수석 등과도 사법연수원 동기다. 강 대변인은 “26년의 법관 경력과 변호사 실무 경험을 높이 사서 인사를 했다”며 “적극적인 법률 해석을 통해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했다.
교통·물류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2차관에는 전북 군산 출신 강희업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이 임명됐다. 국토부 도로정책과장과 철도국장 등을 지낸 관련 분야 전문 관료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노용석 중소기업정책실장을 임명했다. 행정고시 41회 출신으로 중기부 창업진흥정책관과 중소기업정책관 등을 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는 구혁채 기획조정실장이 승진 발탁됐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기술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석좌교수가 임명됐다. 프랑스 파리11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입자물리학자다. 그는 지속 가능한 기초과학 연구 여건을 조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최은옥 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교육부 차관에, 강윤진 국가보훈부 보훈단체협력관은 보훈부 차관에 임명됐다. 최 차관은 문재인 정부 때 1급인 고등교육정책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가 이번에 차관으로 복귀했다. 강 대변인은 “교육부 정통 관료로서 지역 거점대학 육성과 교육 현장 중심 초·중등 교육 혁신을 이끈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차관급인 관세청장 역시 부산세관장과 서울세관장 등을 지낸 내부 관료인 이명구 차장이 임명됐다. 최근까지 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에서 상임심판관을 지냈다. 병무청장에는 7급 경력 채용으로 입직한 홍소영 전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이 임명됐다.
국가유산청장에는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허 청장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 외곽 싱크탱크인 ‘성장과통합’ 공동대표를 맡았다. 2022년 대선 때도 외곽 싱크탱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질병관리청장은 임승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원 설립추진단장이,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국토부 관료인 강주엽 차장이 맡는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