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50층 한식집, 이 가격 맞나요?”…부담없이 오라는 국대 셰프

3 hours ago 3
인터뷰

“여의도 50층 한식집, 이 가격 맞나요?”…부담없이 오라는 국대 셰프

입력 : 2026.05.09 09:17

여의도 FKI타워에 식당 오픈
한윤주 대표·박효남 셰프

50층에 ‘불로’ ‘물로’ 열어
파인다이닝과 노포 사이…
짚불갈비·가정식 백반으로
한식 중간지대 만들고 싶어
퐁피두 분관, 제2세종문화회관
문화 허브로 변신중 여의도에
진화된 K푸드 선보이고 싶어

여의도 ‘콩두50’ 입구에 서 있는 한윤주 콩두 대표(오른쪽)와 박효남 콩두 총괄셰프. 김재훈 기자

여의도 ‘콩두50’ 입구에 서 있는 한윤주 콩두 대표(오른쪽)와 박효남 콩두 총괄셰프. 김재훈 기자

“한식이 꼭 값비싼 파인 다이닝이거나 허름한 노포여야 할까요? 콩두를 통해 한식의 중간 지대를 찾아나가고 싶습니다.”

30여 년간 한식의 발효 문화를 전파해온 한윤주 콩두 대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4월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 50층에 새 브랜드 불로(BULO)와 물로(MULO)를 선보였다. 브런치 매장이 있던 공간을 한국적인 색채로 재구성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열린 다이닝을 제안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그를 만나 그가 그리는 한식의 미래를 들어봤다.

콩두 여의도점은 두 개 콘셉트로 나뉜다. ‘불로’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한식 코스 요리를, ‘물로’에서는 반상을 중심으로 한 집밥 형태의 식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공간 모두 박효남 셰프와 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한 대표는 “처음부터 여의도에 매장을 낼 계획은 없었다”며 “아워홈의 입찰 제안에 ‘한번 해볼까’ 싶어 제안서를 내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안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의도의 변화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퐁피두센터 분관, 제2세종문화회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고 여의도한강공원은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됐다”며 “여의도가 K컬처의 허브로 변하고 있는 만큼 K푸드도 한 차원 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엔 기존 여의도 상권에 대한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접대 중심의 파인 다이닝과 대형몰 프랜차이즈 식당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중간지대’의 한식이 부족하다는 분석이었다. 그는 “한식에 제대로 입문해보고 싶은 외국인에게 문턱을 낮추자는 게 고민의 1순위였다”며 “가격도 부담없는 수준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말하는 ‘한식의 중간지대’는 단순히 가격대 문제가 아니다. 그는 한식을 ‘단품’이 아닌 ‘경험’으로 풀어내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기존 한식 파인 다이닝이 창작 중심의 코스 요리에 가깝다면, 콩두는 가정식 백반이나 잔칫상처럼 상차림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떡볶이, 라면, 잡채 등 아직은 한식에 대한 관심이 단품 요리에만 머물러 있다”며 “일본 오마카세나 가이세키처럼 ‘무엇을 먹느냐’를 넘어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관심까지 확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명확한 방향이 잡히자 제안서는 빠르게 완성됐다. 한 대표는 “보통 ‘장군님 받았다’고 표현하듯 감이 딱 왔다”며 “박 셰프와 함께 하루이틀 만에 제안서를 써냈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점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와 박 셰프는 한국의 발효 식재료로 의기투합해 20년간 합을 맞춰온 사이다. 박 셰프는 콩두의 자문으로 오랜 시간 함께해오다 아예 작년 11월부터는 콩두에 합류해 주방을 맡고 있다. 여의도의 불로와 물로, 한경협의 회원제 식당인 올빛50의 총괄을 맡은 것도 박 셰프다. 한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한식 요리사들도 냄새가 난다며 거부한 청국장 두부 스테이크의 개발을 도맡은 것도 박 셰프”라면서 “전통 식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힘을 모았고, 천대받던 식재료를 요리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콩두 여의도점의 불로와 물로의 메뉴 역시 같은 맥락에서 구성됐다. 한식 재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조리법을 입히고 세계 요리의 여러 요소를 접목했다. 들기름을 고형화해 만든 ‘들기름 버터’는 특허를 받을 정도로 공들인 결과물이다. 시저 샐러드에는 로메인 대신 알배기 배추를 사용하고, 차돌박이로 만든 햄을 올려 한식 재료의 풍미를 강조했다. 이 밖에 한반도 해역에서 잡힌 갑각류로 비스크를 낸 탕 요리나, 짚불로 구워낸 갈비 등도 전통과 현대적 조리법이 어우러진 대표 메뉴다. 한 대표는 “맛도 맛이지만 박 셰프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따로 있다”며 “‘식사 후 집에 돌아가자마자 헛헛해져서 라면을 먹게 하지는 말자’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상 가득 넉넉하게 차려내는 한식의 특성을 살려 부족함 없이 대접하자는 것까지 뜻을 같이했다는 얘기다.

공간 구성에도 공들였다. 음식뿐 아니라 공간 전체를 통해 한국적인 미감을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입구는 강애란 작가와 협업해 서재처럼 꾸몄고, 임선옥 디자이너가 제작한 유니폼에는 전통 수문장을 연상시키는 허리끈 디테일을 더했다. 로비는 전국을 돌며 수집한 자개장으로 장식했으며, 현대적 한국 공간 디자인은 민경식 건축가가 맡았다. 한 대표는 “삼베를 올려 옻칠한 반상부터 기와지붕을 형상화한 오브제까지 수저를 드는 순간순간 느끼게끔 한국적인 미를 곳곳에 배치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해 열린 한불 수교 140주년 행사도 콩두가 지향하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경협과 함께 리셉션을 맡아 음식을 매개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 한 대표는 “음식만큼 타인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며 “뉴욕과 런던, 홍콩 등에도 이런 한식 공간을 수출해 일상에서 즐기는 한식당을 널리 전파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미팅 자리에서 ‘김치 못 먹어요’라고 해야 요조숙녀로 취급받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 ‘냄새 나던 음식’인 김치와 장을 이젠 전 세계가 찾아 먹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 많은 사람이 한식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중간지대를 열심히 넓혀가고 싶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