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출에도 일자리 줄었다…뜻밖의 '고용 쇼크'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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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자동차, 고무·플라스틱 등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고용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건설업과 도소매업 등 내수업종도 타격을 받았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일부 업종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고용 통계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급 수출에도 일자리 줄었다…뜻밖의 '고용 쇼크'에 경고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 명 감소했다.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 심리가 얼어붙은 2024년 12월(-5만2000명) 후 처음이다.

가장 큰 요인은 제조업 일자리 급감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 명 줄었다. 2019년 2월(-15만3000명) 후 7년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호황에도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와 관련해 “반도체업종 취업자는 전체 제조업의 4%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업유발효과가 큰 자동차와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 제조업, 식료품 부문 등의 고용은 고유가 부담에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감소폭이 가장 큰 업종은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으로 5.9%(8만9000명) 급감했다. 인공지능(AI) 확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만3000명 줄며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청년층 고용률 역시 2년 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고용관계장관 간담회를 열어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 애로가 이어지면서 고용 여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청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제조·건설업 등 업종별 부진이 심화하고 있어 모든 부처가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확산 여파로 전문직 취업자 8.9만명 줄었다
나프타 생산 차질에 車업종 타격…청년 고용도 1년새 25.5만명 감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여파가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 통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반도체 호황에도 내수 업종은 물론 제조업 일자리까지 급감했다. ‘고용 한파’가 계속되자 청년층 취업자는 5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429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443만5000명) 대비 14만 명 줄었다. 원유 공급 불안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생산 차질로 이어져 제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자동차 업종도 타이어(고무) 생산 차질 등의 영향으로 고용이 위축됐다. 지난 3월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로 일부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누적된 비용 부담으로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11일 말했다.

건설 자재 공급 불안에 따른 건설업 고용 한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9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3000명 줄었다. 도소매 취업자는 321만8000명으로 3만6000명 줄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도 업황 부진으로 취업자가 8만9000명 줄어들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문직 신입 채용이 위축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은 AI 확산 등 산업 구조 변화, 기업의 경력 채용 선호 현상에 더해 중동 전쟁 장기화까지 ‘삼중고’가 겹쳤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는 342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1년 1월(-31만4000명) 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4월 1차 접수를 시작한 고유가 피해지원금 영향으로 내수 업종 일자리 감소 폭이 다소 둔화했지만 중동 전쟁의 영향에서 언제 회복할지, 회복 속도는 어떨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청년 뉴딜을 포함한 정부의 청년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는 오는 8~9월부터는 청년 고용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정민/정희원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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