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한 번 없었는데 이자 14%요?”...바이오 벤처 사장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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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한 번 없었는데 이자 14%요?”...바이오 벤처 사장님의 눈물

업데이트 : 2026.04.10 09:41 닫기

여전히 구호만 거창한 ‘생산적금융’
은행권 재무제표 일변도 심사에
성장성 높은 스타트업·벤처 울상

3년 적자 이유로 금리 확 오르고
만기도 3개월마다 빠르게 도래

이미지 생성=[구글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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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험자본’의 역할을 강조하고 은행권이 연일 ‘생산적 금융’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담보와 재무제표 중심의 기계적 심사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초기 적자가 많은 벤처·스타트업은 ‘대출 연장’ 과정에서 유독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과감한 은행 면책 조치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산적 금융이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종에 위치한 바이오 벤처기업 A업체는 최초 대출 때 연 5%가량이었던 금리가 연장 과정에서 최대 연 14%로 오르며 은행 빚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동물 도축 과정에서 폐기되는 혈액을 효소 분해해 여러 제품을 만드는 이 업체는 2021년 B은행을 통해 공장 건설을 위한 시설자금 45억원을 3년 만기로 빌렸다.

당시 B은행은 벤처펀드로부터 64억원을 투자받은 점을 고려해 연 5%가량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이후 2024년 만기가 도래했을 때도 연 6%가량 금리로 1년간 만기를 연장해 줬다. A업체도 4년간 연체 한번 없이 대출 원리금 수억 원을 꼬박꼬박 갚았다.

문제는 2025년 만기가 찾아오며 불거졌다. 은행 측이 A업체의 적자가 3년 연속됐단 점을 이유로 기존보다 대출 연장 조건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본사 기업경영개선부의 관리 대상에도 올랐다. A업체가 “1년 새 매출액이 늘었고 적자 폭이 줄었다”고 항변했지만 은행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금리가 연 14%까지 뛴 건 물론 원금 상환액이 늘고 대출 만기도 3개월마다 돌아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A업체는 이후 추가 투자를 받아 금리를 9.6%로 조금 낮췄다.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가 연대보증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투자 받은 12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출금을 갚는 데 쓰이자, 이번엔 후속 벤처 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의 은행 ATM 기기. [매경DB]

서울의 은행 ATM 기기. [매경DB]

투자 중단 위기에 A업체는 이달 초 임원들의 개인 돈까지 끌어모아 대출 상환을 하고 있다. A업체 대표는 “보통 3년인 시설자금 대출 만기가 지나면 큰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생산적 금융을 한다고 하지만 현장 일선에선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B은행 측은 “A업체는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등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게다가 시설자금대출은 분할상환이 필수인데 취득한 담보(기계기구)의 가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당행은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분할상환금 부담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적자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은행 입장에서 제대로 된 생산적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선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자산 건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생산적금융 실적 압박때문에 객관적인 근거 없이 낙관적인 전망에만 기대 기업 지원에 나설 경우 자산 건전성이 저해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생산적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와 관행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신용평가 제도 변화 없이는 현재의 대출심사 관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긴 하다”며 “고객이 맡긴 소중한 돈을 토대로 대출을 해주는 구조인 만큼 은행 입장에선 많은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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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강조하는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담보와 재무제표 중심의 기계적 심사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벤처·스타트업들이 대출 연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 지원의 실효성이 우려되고 있다.

은행권은 제도적 뒷받침과 신용평가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적자 기업의 지원이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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