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주토피아2 대흥행에도
과거 인수했던 사업가치 급락
최근 체질개선으로 수익성 회복
지난해 전 세계 극장가는 ‘주토피아 2’ 열풍으로 뜨거웠어요.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흥행한 애니메이션에 등극했죠. 반면 디즈니 주가는 2021년 203달러에서 78달러까지 하락한 뒤 현재까지 100달러 내외를 횡보하고 있습니다. 103년 전통의 애니메이션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업 보고서를 통해 파헤쳐봐요.
디즈니 사업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뉘어요. 첫 번째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TV 채널 운영과 영화 제작을 비롯해 디즈니플러스나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맡고 있어요. 두 번째는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부문이에요. 경기 중계뿐 아니라 실시간 통계와 베팅, 판타지 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죠. 세 번째는 전 세계 디즈니랜드와 크루즈, 캐릭터 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경험’ 부문이에요.
이 세 사업은 지식재산권(IP)을 통해 하나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주토피아 2가 극장에서 대박을 터트리면 많은 사람이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하고 디즈니랜드에 찾아가거나 굿즈를 구하죠. 스크린에서 탄생한 매력적인 캐릭터가 TV 채널과 테마파크를 거치며 큰 수익을 만드는 구조인 셈이에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 방문객 중 상당수가 오직 주토피아 구역을 방문하려 찾아온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강력한 IP를 바탕으로 현재는 주토피아 2 흥행 성공을 즐기고 있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디즈니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렸어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을 정도죠. 사업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4년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라는 엄청난 손실이 기록돼 있어요. 갑자기 어디서 이런 큰돈이 사라진 걸까요?
범인은 바로 ‘영업권 손상차손’이라는 재무 항목이에요.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해요. 과거 비싸게 주고 산 기업이나 자산 가치가 떨어졌을 때 장부에 손해로 반영하는 절차죠. 디즈니는 과거 많은 돈을 들여 여러 TV 채널을 인수했어요.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TV 시청자가 빠르게 줄었죠. 결국 디즈니는 보유한 방송 채널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1조9000억원 넘는 금액을 장부상 손해로 털어낸 거예요.
디즈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스트리밍과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부문에서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주요 서비스의 월 구독 요금을 올렸어요. 동시에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간 방송 서비스 기업인 ‘푸보(Fubo)’의 지분 70%를 인수하기도 했죠.
오프라인 경험 부문 투자도 늦추지 않고 있어요. 바다 위 테마파크로 불리는 크루즈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2025년 말 아시아를 출발지로 둔 디즈니 어드벤처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총 4척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죠.
이러한 체질 개선 전략은 뚜렷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어요. 요금 인상과 묶음 상품 효과에 힘입어 스트리밍 부문 영업이익은 약 2100억원에서 단숨에 1조9000억원으로 9배 넘게 뛰었어요.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린 테마파크와 크루즈 사업 매출 역시 사상 처음으로 분기 100억달러를 돌파했죠. 과감하게 사업 방향을 바꾼 결정이 적자 위기를 벗어나는 확실한 돌파구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산이 높다는 우려도 나와요. 스트리밍 요금을 올려 흑자를 냈지만 비싸진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언제든 구독을 끊을 위험이 커졌어요. 테마파크 역시 물가 상승 여파로 방문객 지갑이 닫히고 운영비는 계속 오르는 추세예요. 배윤경 기자·방예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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