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미학과 첨단 기술 사이에…12일 막 오르는 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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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의 모습. AFP, 연합

지난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의 모습. AFP, 연합

세계 영화시장이 오는 12일부터 약 열흘 간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칸을 주목한다.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를 앞세운 한국 영화가 4년 만에 경쟁부문에 복귀하고,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황금종려상 경쟁을 주도하는 등 오랜만에 K영화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영화 산업적 측면에서 칸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기준 설정이다. 칸이 생성형 AI가 각본, 연기 등 핵심 창작 요소를 주도한 작품을 심사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AI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창작의 권위를 인간에 두면서도 연출·촬영·특수효과 등 영화 제작 전반에서 AI가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흐름) 떠오른 흐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11일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칸 영화제는 생성AI가 시나리오와 영상 작업 등 핵심 영화 작업을 주도한 작품을 경쟁부문에서 배제한다. 이리스 크노블로흐 칸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AI가 이미 스튜디오와 편집실 등 창작 과정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면서도 “영화는 단순한 데이터 덩어리가 아닌 사람이 보여주는 비전”이라고 말했다. AI가 모방할 줄은 알아도 직접적인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에 창의성이라는 창작의 근원적 동력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올해 영화제의 경쟁부문 선정 경향성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심사된 1541편의 장편 영화 중 경쟁부문에 오른 22편은 인간 중심의 서사성이 강조된 작품이 주를 이룬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비터 크리스마스), 고레에다 히로카즈(상자 속의 양) 같은 거장부터 라슬로 네메스(물랭), 크리스티안 문지우(피오르) 등이 눈에 띄는데, 미국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의 블록버스터 대신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이 명단을 채웠다. 특유의 미장센과 연출적 완성도, 예술적 설득력을 중시해온 박찬욱 감독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AI가 개입한 영화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세계적인 화두다.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내년 열리는 시상식부터 사람이 직접 연기한 배역에 대해서만 연기상 수상자격을 주고 각본상에 대해서도 AI가 쓴 시나리오는 배제한다는 규정을 최근 공개했다.

다만 칸 영화제는 ‘영화 스태프’ 측면에서 작업을 보조하는 AI의 역할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영화제 중 열리는 세계 최대 필름마켓인 ‘마르셰 뒤 필름’에서 AI가 영화 제작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논의하는 세션을 진행하고, AI를 통한 영화 제작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들의 피칭 행사를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칸 영화제를 전후해 열리는 다양한 위성 행사로 ‘월드AI필름페스티벌(WAIFF)’도 지난달 열렸다. 이 행사에는 1500편이 넘는 작품이 출품됐다.

요약하면 칸 영화제는 영상 보정이나 음향 복원, 실사 촬영이 어려운 재난장면을 만드는 특수시각효과(VFX)처럼 인간의 창작을 전제로 한 기술적 도구로서의 AI는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1989년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가 향후 작품에 AI를 사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영화계 유명 감독 중에서도 AI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AI가 영화 제작비부터 촬영 등 제작공정과 비용을 단축하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다만 산업적 측면에서의 가능성과 예술적 측면에서의 기준을 명확하게 그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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