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자기 나라 국경일을 내세운 영화는 시종일관 ‘미국 만세’가 가득하다.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이 채택된 역사를, 자신들이 외계인에 맞서 ‘지구의 독립’마저 지켜낸 날로 미화시켰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몸소 전투기를 몰고 싸우는 장면은 현지에서도 민망하단 반응이 상당했다.
‘프리덤 250’에 등 돌리는 스타들
멋쩍은 ‘미뽕’은 잠시 접어두자. 그래도 이런 콘텐츠들은 미국이 독립기념일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는 건국 250주년까지 맞았으니 어찌 정성을 쏟지 않겠나. 7월 4일을 축복하고자 상·하원이 합심해 무려 2016년에 준비위원회를 창립했을 정도다.한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영광의 축포보단 진흙탕 싸움의 파열음에 가깝다. 축제는 진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여기저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흘러넘친다. 본인 얼굴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 발행이 추진되고, 정부 어린이 자산 형성 프로그램을 ‘트럼프 계좌’라 부른다. “국가 최고의 기념일을 사적으로 유용한다”(워싱턴포스트)는 성토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수도에서 개최 예정이던 ‘프리덤 250’ 콘서트는 보이콧 사태까지 벌어졌다. 참여 라인업을 공개하자마자, 다수 뮤지션들이 손사래를 쳤다. 록 밴드 포이즌의 브렛 마이클스와 컨트리 가수 마티나 맥브라이드, 펑크 밴드 코모도스, 래퍼 영 MC 등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했다. 코모도스는 “우리 음악이 특정 정당의 메시지로 들리길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수습을 모색하는 게 리더일 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지루한 음악을 틀며 불평해대는 삼류 아티스트들은 필요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신 자신이 주인공인 집회를 개최하겠다며 “난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이 바다에서 저 빛나는 바다까지”50년 전인 1976년, 건국 200주년 독립기념일은 달랐다. 당시 미국 상황도 여의치는 않았다.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 여파로 국론이 갈기갈기 분열돼 있었다. 그래서 더욱, 민관은 물론 문화계도 상실감에 빠진 국민을 달래려 힘을 모았다.
참여 명단만 봐도 무게감이 다르다. 당대 청춘 아이콘인 비치보이스가 ‘서핑 USA’로 떼창을 일으켰고, 전설적인 록밴드 이글스가 헤드라이너로 나섰다. 영국 출신이지만 최고 팝스타였던 엘턴 존도 참여했다.
화룡점정은 ‘소울(soul)의 심장’ 레이 찰스가 부른 ‘America the Beautiful(아름다운 미국)’. 아픈 민심을 하나로 묶는 마법의 멜로디였다. 백인 노래로 여겨지던 곡을 흑인 특유의 짙은 블루스 감성으로 버무려냈다. “형제애로 선의(the good)를 펼치리니, 이 바다에서 저 빛나는 바다까지.” 그의 호소는 인종과 정치의 벽을 허무는 치유제가 됐다.
이번 독립기념일 축제가 어떤 모양새가 될지 확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리는 옳고 너희는 그르다는 선 긋기에 치중하니 뻔하지 않을까. 확성기 들고 상대를 헐뜯는 게 독립선언문 정신은 아닐 텐데.이게 미국만의 사정일까. 정치판이나 특정 세력만 비난할 것도 없다. 우리 사회 역시 사익을 좇아 편을 가르는 이가 한둘인가. 선거는 끝났고, 또 ‘말의 빚’은 잔뜩 남았다. 찢긴 상처를 보듬던 레이 찰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그립다.
정양환 문화부장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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