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아닙니다" 축구협회 이례적 해명, 정작 주심은 1년 전 '정반대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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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경기 도중 김대용 심판이 보야니치와 충돌하는 장면. 이 충돌 직후 보야니치는 슈팅 기회를 놓쳤고, 대신 전북의 역습이 시작됐으나 김대용 심판은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경기 도중 김대용 심판이 보야니치와 충돌하는 장면. 이 충돌 직후 보야니치는 슈팅 기회를 놓쳤고, 대신 전북의 역습이 시작됐으나 김대용 심판은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주말 프로축구 K리그에서 발생한 심판 판정 논란과 관련해 먼저 입장을 발표했다. 축구협회가 주요 판정 논란과 관련해 직접 해명에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먼데이 브리핑 개최 계획이나 정례 설명회 확대 등을 내세워 소통을 강조하고도 정작 이를 단 한 번도 지키지 않다가, 14일 돌연 "먼데이 브리핑을 대신해 심판평가협의체 회의 결과를 안내한다"고 했다.

논란이 된 판정은 지난 1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하나은행 K리그1 17라운드에서 나왔다. 전반 29분, 울산 공격 상황에서 김대용 주심이 보야니치(울산)와 충돌한 직후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 보야니치는 김 주심과 충돌한 뒤 그대로 크게 쓰러지면서 슈팅 기회를 잃었고, 심지어 부상도 우려될 만한 상황이었다. 보야니치가 놓친 공은 전북 수비 지역에서의 역습 시작점이 돼 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 경기 양상에 엄청난 영향을 준 셈이다.

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협의체는 그러나 규정을 근거로 "오심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협의체는 "볼이 경기 관계자(주심)에 접촉한 상황이 아닌 선수와 주심 간의 접촉 상황으로, 경기 규칙상 별도의 중단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신체 접촉 상황에서 경기를 중단할지 여부는 경기규칙상 의무가 아니라 주심의 경기 운영 영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단 여부는 주심의 재량이고, 경기를 중단한 것 자체를 '오심'으로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문제는 해당 판정에 대한 '오심' 여부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규정상 경기를 중단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게 다수의 목소리였다. 다만 협의체 설명처럼 '주심의 경기 운영 영역', 즉 주심의 재량 측면에서 김대용 심판은 도대체 왜 경기를 진행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장 자신과 충돌로 선수가 크게 쓰러졌고, 공·수가 단번에 바뀔 만큼 경기 양상이 바뀐 데다 심지어 골까지 연결됐기 때문이다. 주심의 재량이라면 당연히 경기를 중단시키는 게 상식적인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경기 도중 김대용 심판이 장시영과 충돌하는 장면. 앞서 전반전과 달리 김대용 심판은 선수와 같은 충돌에도 이번엔 휘슬을 불고 경기를 멈췄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경기 도중 김대용 심판이 장시영과 충돌하는 장면. 앞서 전반전과 달리 김대용 심판은 선수와 같은 충돌에도 이번엔 휘슬을 불고 경기를 멈췄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김대용 심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대용 심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김대용 주심이 이날 후반 추가시간엔 장시영(울산)과 충돌 장면에선 반대로 휘슬을 불고 경기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같은 경기에 선수와 충돌이 일어난 뒤 서로 다른 판정이 나온 셈이다. '판정 일관성'에 대한 거센 비판 목소리가 나온 지점이기도 하다. 다만 이에 대해 협의체는 "심판이 넘어지면서 볼의 진행 방향을 확인할 수 없었기에 경기를 중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대용 심판이 장시영과 충돌한 직후 다시 휘슬을 불기까지 걸린 시간은 1~2초에 불과했다.

이날 심판평가협의체 설명은 1년 전 김대용 심판의 '정반대 판정'까지는 설명하진 못했다. 당시에도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 더비였고, 김 심판은 주심 역할을 맡았다. 당시에도 김 심판은 상대 패스를 끊으려던 박진섭과 충돌해 진로를 막았다. 이후 흐른 공은 울산의 역습으로 이어졌는데, 공교롭게도 김대용 심판은 당시엔 휘슬을 불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렇다고 선수와 충돌로 인해 공의 진행 방향을 확인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고, 1년 새 관련 규정이 확 달라졌을 리도 만무했다. 사실상 이번 보야니치와 충돌 당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정반대의 판정을 내린 셈이다. 아무리 경기 운영 영역에 해당하는 순간이라고 하나, 같은 상황에 대해 정반대의 판정을 내린 '같은 심판'은 규정 또는 오심 여부 등을 떠나 판정 일관성 측면에서 심판 자질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다.

축구협회나 김대용 심판 입장에선 '하필이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스페인과 벨기에의 대회 8강전을 진행한 마이클 올리버 주심이 스페인 선수와 충돌해 스페인의 공격 기회를 저지시킨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판정과 관련해 악명 높기로 유명한 올리버 심판이지만, 이 장면에서는 곧바로 경기를 중단시킨 뒤 두 손을 들고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한 팀의 결정적인 기회를 끊은 만큼 주심으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이기도 했다. 반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김대용 심판은 사과는 없었고, 대한축구협회는 오심이 아니었다는 해명만 이례적으로 빨리 내놨다. 만약 규정상 오심에 해당하는 장면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심판평가협의체 입장이 발표됐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5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HD의 경기, 경기 도중 박진섭과 충돌하며 진로를 방해했던 김대용 심판. 당시 김 심판은 울산의 역습이 전개되자 휘슬을 불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해 5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HD의 경기, 경기 도중 박진섭과 충돌하며 진로를 방해했던 김대용 심판. 당시 김 심판은 울산의 역습이 전개되자 휘슬을 불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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