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홍석원 인터뷰
솔오페라단 20주년 기념 공연
라벨 오페라 '스페인의 시계'
마스카니까지 2개 동시 무대
교향곡과 다른 게 오페라 지휘
"지휘자 중심 아닌 협업이 매력"
"같은 클래식인가 싶을 만큼 전혀 다른 두 작품입니다. 보통 짧은 오페라 두 편을 묶을 때는 결이 비슷한 작품을 나란히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오히려 정반대 성격의 작품을 한 무대에 세운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지휘자 홍석원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솔오페라단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라벨의 '스페인의 시계'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음달 3~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프랑스 인상주의 오페라와 이탈리아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를 나란히 세운 파격적인 무대다.
두 작품은 모두 '금지된 사랑'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품고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거의 맞닿는 지점이 없다. 홍석원은 "연출적으로는 두 작품을 하나의 주제로 엮을 수 있겠지만, 음악적으로는 함께 묶을 만한 요소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다르다"며 "그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이번 프로덕션의 의도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홍석원은 라벨의 '스페인의 시계'가 일반 관객이 흔히 떠올리는 오페라와는 사뭇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선율과 아리아 중심의 오페라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래를 감상하는 오페라이기보다 연극을 보러 왔는데 그 위에 음악이 아주 세련되게 얹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며 "멜로디가 전면에 나오기보다 가수들이 의미 있는 대사를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에 가깝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수들이 감정과 상황을 직접적으로 노래하기보다 말하듯 전달한다면, 그 감정과 상황을 훨씬 적극적으로 그려내는 쪽은 오케스트라다. 홍석원은 "타악기만 해도 일반적인 오페라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대규모로 쓰인다"며 "오케스트라가 단순한 반주를 넘어 효과와 색채, 인물의 움직임까지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벨의 음악을 정교한 시계에 비유했다. "'스페인의 시계'는 배경 자체가 시계공의 집입니다. 라벨은 원래도 굉장히 치밀한 작곡가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정교함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큰 흐름도 중요하지만, 작은 부품들이 맞물리듯 세부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면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전혀 다른 방식의 긴장을 요구한다. 사랑과 질투, 명예와 복수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베리스모 오페라인 만큼, 감정이 쉽게 과잉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석원은 "이 작품은 드라마가 워낙 강렬해 가수들이 몰입하면 감정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며 "그 에너지를 살리되 난장판이 되지 않도록, 음악적 틀 안에서 조율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영화 '대부 3'에 삽입돼 널리 알려진 간주곡 '인터메초'도 이번 무대에서는 단순한 명곡이 아니라 극의 일부로 기능한다. 격정적으로 치닫던 분위기를 잠시 가라앉히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순간 이 선율이 흐른다.
홍석원은 오페라 지휘의 매력을 '협업'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그는 "교향곡은 내가 중심이 돼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느낌이 강하지만, 오페라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많다"며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는 반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연기해야 한다. 오페라는 결국 팀플레이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홍석원은 이번 공연이 한 프로그램 안에서 2개의 독립된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는 '더블 빌'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무척 흥미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만 반복하면 관객 저변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지만, 낯선 작품만 앞세우면 관객과 멀어질 수 있다는 고민도 함께 털어놨다. 홍석원은 "예술가로서의 만족과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함께 가야 한다"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보러 온 관객이 라벨의 낯설고 독특한 음악까지 함께 경험하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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