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평택희망센터에서 일하는 재소자 한 분을 보자마자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구소멸 지역인 홍천에서 30~50대 남성 인력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약 다섯 달(시범 기간 포함)간 희망센터를 운영해 온 강원 홍천군의 식품 가공·포장업체 P대표는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재소자에게 최저임금의 70% 수준을 지급하고 있는데, 일당을 올려주고 싶은 정도”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 기존 외국인 노동자 등이 머물던 숙소를 희망센터로 리모델링했다. 이곳에 머무는 모범수 19명이 작업 공정에 투입되자 발주량이 늘어나는 겨울마다 생기던 미납 문제가 단번에 풀렸다. P대표는 “재소자들이 위험할 것이란 편견은 두세 달째에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 “생산량 증가폭, 예상보다 50% 커”
희망센터는 인력이 부족한 기업과 출소 후 취업이 간절한 재소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방안이다. 당장 채용이 급한 중소·중견기업은 외국인에 비해 안정적인 양질의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2023년 12월 법무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참여 업체 자금 지원도 원활해졌다. 생활관 개조 등 초기 투자 비용 대부분을 중진공에서 저리로 빌릴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현재 홍천 외에 경남 밀양, 충남 아산, 경기 평택희망센터에 각각 8명, 17명, 22명의 재소자가 근무하고 있다. 대상자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한다. 초범이자 강력범이 아니어야 하고, 분류 심사에서 계호(재소자 감시를 뜻하는 교정 용어) 등급이 비교적 낮은 개방처우급(S1)을 받아야 한다. 또 전체 형기가 2년 이상이고, 석방 때까지 남은 기간이 1년6개월보다 길어선 안 된다. 요건을 갖춘 재소자를 1차로 걸러낸 뒤 가족 관계, 성장 배경, 수용 생활 태도 등을 파악하는 2차 면담을 통해 최종 대상자를 추천한다.
기업의 만족도는 크다. 일반 노동자 대비 30~40%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동일한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모범수는 교도소 내 직업훈련을 통해 기능사·기능장 자격증을 딴 경우가 많아 생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희망센터 개소 전 인력을 미리 받아 활용 중인 전남 목포의 한 조선업체 대표는 “100을 기대했다면 실제 결과는 150”이라고 말했다.
◇ 월 100만원씩 쌓인 목돈…사회 복귀 발판
밀양, 아산, 평택희망센터 참여 업체는 각각 재소자 2명, 6명, 2명을 출소 후 정식 채용했다. 희망센터에서 배운 기술로 1인 창업에 나서 본래 일하던 업체와 원·하청 관계를 맺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사회 복귀 전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익힐 기회”라며 “재소자들은 출소와 동시에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진다”고 강조했다.
희망센터 입소를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법무부는 보라미 방송(전국 교정시설에 송출하는 교화 라디오)을 통한 주기적 홍보와 함께 일부 모범수를 대상으로 희망센터 지원을 선(先)제안하기도 한다. 홍천희망센터에서 생활하는 한 재소자는 “숙소의 위생 상태가 좋은 데다 교정시설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작업장려금(급여 개념)을 받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재소자가 강제 노역으로 받는 작업장려금은 월평균 16만원이다. 희망센터에서 지급하는 장려금은 이보다 6.5배가량 많은 월평균 104만원이다. 법무부는 영치금 등 보관용으로 개설된 계좌에 이를 예치해 뒀다가 출소 때 한꺼번에 지급한다. 희망센터에 머무른 기간만큼 쌓인 목돈은 출소자가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드머니’(초기 자금)로 작용하고, 재범 유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법무부는 희망센터를 확대하기 위해 경남 사천의 정밀기계업체, 목포의 조선업체와 협의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8월 사천희망센터를 열 예정이고, 목포 조선소에는 이미 20명이 출퇴근하며 일을 익히고 있다.
홍천=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