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냥 죽으란 소리냐"…5월 대목 또 날린 상인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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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냥 죽으란 소리냐"…5월 대목 또 날린 상인들 '분통'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지역 축제와 전통시장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선거일 전 60일 동안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이 주관하는 행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영향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축제가 사실상 멈춘 데 따른 것이다. 봄 축제 특수를 기대한 상인들은 고물가 상황까지 겹쳐 생계에 큰 타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작년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이어 올해도 같은 날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문에 지역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린 그냥 죽으란 소리냐"…5월 대목 또 날린 상인들 '분통'

◇선거철마다 멈추는 축제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매년 5월 열던 ‘파워풀 대구페스티벌’의 축제 예산 18억원을 아예 편성하지 않고 전면 취소했다. 평균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던 축제를 포기한 것이다. 시는 북구의 ‘벚꽃한마음축제’도 열지 않기로 했다. 또 서구의 ‘달성토성마을 골목축제’와 달서구 ‘선사문화체험축제’ 등은 선거 이후인 하반기로 일정을 미뤘다. 부산시 역시 금정구 ‘금정산성축제’를 오는 10월로 연기하고 수영구 ‘광안리 어방축제’ 일정도 선거가 끝난 뒤로 조정했다.

전통시장 소비 촉진 행사도 멈췄다. 강원도는 지난해 9월부터 매월 시행하던 전통시장 장보기 캠페인을 이달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강원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매년 5월 개최하는 ‘춘천봄빛장터’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축제는 열었지만 규모를 줄인 사례도 있다.

경북 경주시는 지난달 27~29일 열린 대릉원 돌담길 일대 벚꽃축제에서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가수 초청 공연을 없애고 체험프로그램을 줄이는 방식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지난해에도 도내 대형 산불로 공연과 이벤트를 취소한 축제다.

축제가 반복적으로 취소되면서 행사의 지속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남 홍성군에 따르면 올해 ‘은하면 딸기축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이유로 열리지 못했다. 이 축제는 지난해에도 대통령 선거 때문에 축제가 취소돼 2년 연속으로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축제 개최에 동력을 잃으면 이듬해 행사를 다시 크게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명무실한 예외 조항…지역 경제 ‘발목’

지자체가 선거철마다 행사를 꺼리는 이유는 공직선거법 제86조 때문이다. 이 법은 선거일 전 60일부터 지자체장 등 공무원이 각종 행사를 여는 것을 금지한다. 선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후보자의 성과를 홍보할 우려가 있는 시정 설명회와 축제 등을 제한하는 취지다. 하지만 지역 경제를 살리는 축제까지 멈추면서 상인들은 선거철마다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법령상 천재지변으로 인한 구호 활동이나 특정 시기에 열지 않으면 안 되는 행사는 예외적으로 열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 실무자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내 한 지자체 지역경제활성화과 담당자는 “지역별 선관위마다 법 조항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실무자가 징역이나 벌금형의 위험을 무릅쓰고 행사를 밀어붙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는 고유가 여파까지 겹쳐 상인들의 체감 타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며 소비 진작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를 지역 축제, 전통시장 행사와 연계하지 못해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파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피해지원금이 풀리는 시점에 지역 축제가 있었다면 체감 효과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중립성 취지와 지역경제 영향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축제는 공직선거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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