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을 개인의 눈물겨운 절제와 의지력에만 의존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코미디언 곽범이 유튜브를 통해 마운자로 처방으로 12㎏을 감량했다고 밝힌 데 이어, 가수 신동은 위고비와 운동을 병행해 무려 37㎏을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유튜버 빠니보틀 역시 위고비로 10㎏을 감량한 사실을 숨기지 않으며 "운동이나 식단으로 뺐다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창호 또한 "우린 다 약쟁이들"이라고 고백하면서 비만 치료제 투약 사실을 고백했다.
일상에서도 굶고 뛰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확실하고 빠른 의학적 힘을 빌리겠다는 이들이 늘면서, 다이어트의 패러다임이 '인내'에서 '투자'의 영역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양상이다.
9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6 다이어트 경험 및 비만 치료제 관련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1%가 최근 1개년 이내에 체중 조절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여성(75.8%)과 20대(75.6%), 30대(75.2%)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층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의 90.3%가 "현대 사회에서 체중 관리는 자기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척도"라는 데 동의했으며, 72.5%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응답했다. 다이어트 시작 동기는 건강 관리(69.6%)가 우세했으나, 여성과 저연령층에서는 예뻐 보이고 싶다는 외모 가꾸기 목적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체중 조절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 변화다. 감량 성공 여부를 온전히 개인의 의지 탓으로 돌리는 시각은 2024년 78.6%에서 올해 72.7%로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다이어트에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는 인식은 37.7%에서 41.3%로 불어났다.
특히 "효과만 확실하다면 기꺼이 비용을 치르겠다"는 응답이 58.1%에 달해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실제로 선호하는 감량법 중 다이어트 주사를 꼽은 비율은 2024년 0.9%에서 2026년 6.9%로 상승했다.
가수 케이윌이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모두 경험했다고 고백하며 두 달 만에 14㎏을 감량했다고 밝히거나, 10㎏ 이상 감량을 목표로 둔 가수 카더가든이 "병원에 가면 환자분들 다 보는 가운데서 체중을 잰다"며 적나라한 치료제 처방 후기를 전하는 현상 모두 이러한 대중적 인식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비만 치료제를 향한 갈증은 체격 조건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분위기다. 비만 치료제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는 44.7%, 시도 의향은 41.2%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고체중군뿐만 아니라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범주에 들어가는 이들 사이에서도 "비만 치료제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늘었다"는 응답이 2년 전 39.2%에서 올해 61.2%로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치료 목적을 넘어 순수 미용이나 체형 유지 목적으로 약물을 탐색하는 수요가 급증했음을 시사한다.
또 실제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아 본 경험률은 6.8%로 2024년(4.4%) 대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처방 약물 종류는 마운자로(58.8%), 위고비(35.3%), 삭센다(19.1%) 순으로 집계됐다.
약을 경험한 이들 중 감량 효과를 체감했다는 비율은 과거 15.9%에서 올해 41.2%로 크게 늘었고, 주변 권유 의향 역시 52.9%로 과반을 넘겼다.
다만 투약 후 이상 반응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수치도 2.3%에서 10.3%로 동반 상승했다. 실제 진입장벽을 묻는 문항에는 신체 부작용(66.9%), 투약 중단 후 찾아오는 요요현상(57.0%), 약물 의존 불안감(49.9%)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 요법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점차 옅어지는 추세다. 다이어트 주사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예전보다 많이 걷혔다는 응답이 61.7%를 기록한 가운데, 59.4%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약제가 머잖아 보톡스나 필러 같은 일반 미용 시술처럼 시장에 대중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하는 아웃풋을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의학적 도움을 마다치 않겠다는 이들도 59.8%에 달하는 만큼, 비만 치료제 유통 마켓은 관련 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유행 이면에는 오남용에 따른 의학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원칙적으로 GLP-1 계열 주사제는 엄격한 임상적 기준에 맞춰 처방되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초기 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나, 27㎏/㎡ 이상이면서 기저질환을 동반한 과체중 환자 등 제한적인 대상에게만 투약이 허가된다.
문제는 이러한 적격 환자가 정량을 맞추어 쓰더라도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등 소화기계 불편감이나 주사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심할 경우 급성췌장염, 담석증, 저혈당 등 중증 이상 반응으로 이어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의료계는 정상 체중이나 저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투약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약물 농도로 인해 부작용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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