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따라 걸어들어간 바로크 궁전에선 가장 핫한 여성작가 새빌의 '고통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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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따라 걸어들어간 바로크 궁전에선 가장 핫한 여성작가 새빌의 '고통의 몸'

입력 : 2026.05.15 15:51

베네치아의 대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유서 깊은 바로크 양식의 궁전인 카페사로에 다다른다. 이곳은 비엔날레 기간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개인전이나 기획전이 열리는 곳이다. 올해는 2030 컬렉터들이 열광하는 영국의 여성 작가 제니 새빌과 미국의 회화 작가 헤르난 바스(48)의 전시가 열린다. 둘 다 구상 회화의 귀환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1970년생인 새빌은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과 함께 1990년대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 군단인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이끈 회화 작가다. 비만, 성전환자의 몸, 소년 소녀의 멍든 살점 등을 거대하게 그려냄으로써 육체를 '살아 있는 물질'로 마주하게 한다. 2018년 작품 'Propped'가 소더비 경매에서 약 186억원에 낙찰돼 당시 '생존 여성 작가 중 세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을 포함한 30여 점을 통해 유화의 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미소년을 주로 그리는 바스 역시 3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 발표된 'The Visitors' 시리즈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베네치아에서의 레지던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유머와 퇴폐, 기이함, 자아 정체성의 복잡성까지 아우르는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인근 16세기 바로크 궁전인 팔라초 만프린에선 애니시 커푸어의 전시가 열린다. 애니시 커푸어 재단이 직접 구입해 커푸어의 예술 세계와 각종 설치 모형을 집대성한 곳으로, 세상에서 가장 검은 검정인 반타블랙 설치물과 시각적 착시를 일으키는 스테인리스스틸 작품 등 그의 방대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빛의 99% 이상을 흡수하는 반타블랙 설치물 아래 서면 칠흑 같은 심연 속에서 울리는 나 자신의 목소리와 숨소리만이 유일한 존재의 신호로 남는다.

[베네치아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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