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6년 5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이하 “하청노조”)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원고(하청노조)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하청노조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6년 4월부터 5월경까지 5차례에 걸쳐 HD현대중공업(원청)에 조합활동 보장 등의 사항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안건은 △조합활동 보장에 대한 사항 △조합원의 산업안전 및 재해보상에 관한 사항 △고용보장에 관한 사항 △단체교섭에 관한 사항 △노사협의회에 관한 사항 △노동쟁의에 관한 사항 △하청업체 폐업 시 고용보장 △근속 등 근로조건 승계에 관한 사항 △기타 단체협약의 효력 등에 관한 사항입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하였고, 하청노조는 2017년 1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제1심법원은 2018년 4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항소심법원 역시 2018년 11월 동일한 판단을 하였습니다. (구)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되려면 명시적이거나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하청노조의 조합원과 HD현대중공업 사이의 관계가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근로관계가 성립되어 있지 않더라도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가 될 수는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노동조합법이 단체교섭제도와 부당노동행위제도를 이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점, 단체교섭제도는 단체교섭에 대한 기본적인 절차와 방법론을 제공, 근로조건을 형성 변경함으로써 단체교섭질서 유지하는 것이고, 부당노동행위는 노사관계질서를 악의적으로 무력화하거나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다른 점을 근거로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라고 하여 곧바로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단체교섭 청구 사건의 상고심 심리 중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2025년 9월 10일 공포를 거쳐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즉 (구)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가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던 것에 더하여 개정 노동조합법은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내용의 후단을 신설함으로써 ‘계약외 사용자’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번 대법원판결로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2016년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고, 이로써 (구)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하청노조의 조합원과 원청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될 정도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원청의 교섭의무가 인정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현행 노동조합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타 기업의 사내하청 소송의 경우 교섭의무가 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입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개정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새로 확대된 사용자 개념에 따라 해석하면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구)노동조합법이 시행되던 시기에 관한 판결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처럼 이번 대법원판결로 (구)노동조합법 시행 중의 교섭요구와 관련된 분쟁은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대의 유효한 법률 및 판례법리에 따라 교섭의무가 인정되기 어렵게 되었고, 따라서 (구)노동조합법이 시행되던 시기의 분쟁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이후에 발생한 교섭요구와 관련된 분쟁입니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첫 달에만 수백여개의 원청을 상대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하였고, 이미 많은 기업들이 관련 분쟁을 진행중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교섭의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통하여, 현재 시행중인 개정 노동조합법의 해석에 관한 법원의 입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계약외 사용자의 인정 여부는 △포괄적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특정하여 요구한 안건별로 판단되어야 하고 △해당 안건은 수급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또는 노무제공조건의 유지·개선과 관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원청이 해당 근로조건 또는 노무제공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사실상 단독으로 결정하거나, 수급인에게 사실상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수급인과 교섭하는 것만으로는 근로조건 개선이 실효적이지 않고, 수급인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하여 원청과의 교섭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위 요건들이 충족되는 안건에 한하여 원청이 계약외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이지 전체 근로관계의 사용자로 전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요건들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원청이 해당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사실상 단독으로 결정하거나, 수급인에게 사실상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반대의견은 해당 요건의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첫째, 근로조건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결정·통제되는 구조와 방식입니다. 예컨대 작업시간, 작업장소, 안전수칙, 생산일정, 공정배치, 출입·시설 이용, 장비·자재 제공, 하청업체 변경 기준 등이 원청의 계획·승인·지시에 의해 좌우되는지가 문제됩니다.
둘째, 원청과 수급인의 근로자 사이의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의 존부와 정도입니다. 다만 이 요소를 파견·묵시적 근로계약 판단처럼 결정적 요소로 보기보다는, 지휘·감독이 있으면 원청 사용자성을 높이는 사정이지만, 지휘·감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단체교섭 사용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
셋째, 수급인의 독자적 사업조직·설비·장소관리권입니다. 수급인이 독립된 설비와 인력을 가지고 있는지, 수급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장소를 수급인이 관리·변경할 수 있는지, 아니면 원청 사업장·원청 설비·원청 공정계획에 편입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넷째, 경제적 종속성입니다. 수급인의 전체 거래에서 원청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원청과 거래가 끊길 경우 시장에서 거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지, 원청이 재계약·갱신계약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등이 고려됩니다.
다섯째, 수급인의 잔존 결정권으로 근로조건 개선이 가능한지입니다. 수급인에게 일부 결정권이 있더라도, 그 요소만 바꾸어서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이 어렵거나, 원청의 결정구조 때문에 수급인의 재량이 본질적으로 제한된다면 원청과의 교섭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개정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원청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노사간 대화를 하는 것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원청이 하청 노조와의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 부담자로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하청 노조가 원청과의 교섭 국면에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형사처벌 리스크와 파업으로 인한 경영상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는 문제입니다. 계약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지배력’의 인정 여부에 따라 위와 같은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분쟁 기관은 개별 사안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인정 여부에 대하여 정밀하게 심리 및 판단하여 결론을 내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계약외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안건에 대하여는 교섭 안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교섭 안건에서 배제된 안건에 관한 주장 불일치를 이유로 하는 쟁의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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