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무대된 韓 M&A시장
토종PEF는 자금 조달 차질
2000조원 굴리는 美블랙스톤
車부품 기업 퓨트로닉 품어
청호나이스 등 주요 인수戰
외국계가 다 쓸어가는 수준
네이버, 브룩필드와 투자 논의
올해 들어 국내 대규모 인수·합병(M&A) 거래를 외국계 자본이 싹쓸이하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 사태와 국내 기관투자자 출자 가뭄으로 위축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자리를 파고들면서다. 특히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달러화 기반의 외국계 PEF 운용사 입장에선 한국 시장에서 알짜 자산을 저렴하게 인수할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 블랙스톤, 퓨트로닉 인수
20일 블랙스톤은 부산을 기반으로 한 중견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 퓨트로닉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퓨트로닉은 약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93년 설립된 퓨트로닉은 차량 구동력을 제어하는 자동차 전장·구동계 핵심 부품을 유수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 납품해왔다.
기술 장벽을 바탕으로 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여왔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퓨트로닉은 기존 창업주와 계속 협력하며 해외 로보틱스 시장 진출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블랙스톤은 운용자산(AUM)만 1조3000억달러를 웃도는 세계 최대 대체투자사로, 최근 준오헤어(8000억원)와 제이제이툴스(3000억원대 후반)를 잇달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견기업 매물이 외국계 PEF에 넘어간 건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최근 청호나이스도 약 1조184억원에 외국계 칼라일 품에 안겼다.
2023년 창업주 고(故) 정휘동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유족의 수천억 원대 상속세 부담으로 꾸준히 매물로 거론돼왔다.
국내외 PEF 운용사가 인수를 검토해온 가운데 칼라일이 정 회장 전처 소생 아들 지분까지 여타 유족과 동일한 프리미엄으로 '통 큰' 인수를 결정하면서 거래를 완수하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 사업 재편 거래도 외국계 PEF가 장악하고 있다. 밀크티 프랜차이즈 '공차' 대주주인 미국계 PEF TA어소시에이츠는 최근 대웅그룹 계열 시지바이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또 다른 외국계 PEF인 TPG도 롯데렌탈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단독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1조원대 초중반에 최대주주 롯데 측 지분을 사들이는 형태가 유력시된다.
KKR은 최근 삼성SDS의 1조2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 신재생에너지 사업까지 약 1조1486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국내 운용사와 외국계 운용사 간 실탄(드라이파우더) 격차가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대체투자 큰손이던 주요 공제회들은 증시 호황과 사모시장 회수 지연 등을 이유로 출자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 토종 PEF는 펀드결성도 쩔쩔
이에 토종 PEF들은 펀드 결성에 극심한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원화 약세로 외국계 PEF 입장에선 동일한 달러를 투자하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원화 자산을 사들일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국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계 PE가 선호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신재생에너지 생태계를 갖춘 한국 시장 매력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네이버도 대규모 AI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기 위해 브룩필드와 자금 조달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를 비롯한 네이버 주요 경영진이 이를 위해 이주 초 캐나다 토론토 브룩필드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양측이 네이버가 추진 중인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과 관련해 투자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구조는 확인되지 않았다.
브룩필드는 1조달러가 넘는 AUM을 보유한 대체투자사로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쿠웨이트투자청(KIA)과 1000억달러 규모의 브룩필드 AI 인프라 펀드를 출범시킨 바 있다.
[우수민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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