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나라 만들겠다”...대통령 호언장담에도 정반대로 흘러간 美경제

3 days ago 8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EPA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년간 완화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자동차 산업이 부담할 관세 충격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 둔화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달래기 위한 포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수입품에 대한 가수요가 늘어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월가와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발 침체 우려를 제기하는 등 관세 충격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를 방문하기에 앞서 자동차 부품 관세를 2년 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시간주는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와 1000곳이 넘는 주요 부품 공급업체가 위치한 곳으로 미국 제조업의 쇠락을 뜻하는 러스트벨트 지역 중 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곳에서 자동차 관세 완화를 내세우며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관세 충격은 자동차 산업을 넘어 이미 미국 산업과 경제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무역 수지는 물론 소비자심리와 고용시장까지 지표상 크게 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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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상품무역 속보치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는 전월 보다 9.6% 늘어난 161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146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며 역대 최대치다.

수입은 전월 대비 5% 늘어난 3427억5000만달러인 반면 수출은 1.2% 늘어난 1807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수입 내용을 보면 소비재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자동차와 자본재 수입도 함께 늘었다. 지난달 수입 급증은 관세 부과를 앞두고 수입 물량을 미리 당겨 들여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수입 급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에 부과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4월 초에 발표된 보다 광범위한 관세에 앞서 미국 기업들이 상품과 자재를 확보하려는 최후의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오스탄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분기 미국 경제의 패닉 바잉에 따른 재고 확보 노력이 올 여름 경제활동의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일 미 CBS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인들의 선제적 구매로 인해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며 과잉 선주문의 후과로 이 같은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는 경제 활동이 인위적으로 높아 보이다가(look artificially high) 여름철이 되면 이미 모두 구매했기 때문에 활동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품 가격 인상 전망은 소비자들의 심리도 위축시켰다.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 전월 대비 7.9 낮은 86.0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5월(85.9) 이후 약 5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콘퍼런스보드는 “소비자들이 관세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면서 연령·지지 정당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소득 구간에서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고용시장 둔화도 확인됐다.

이날 나온 미국 노동부의 3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구인 건수는 719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산업계를 집어 삼키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실적 우려 속에 최근 실적 발표에서 가이던스(실적 전망)을 아예 보류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M, UPS, 젯블루, 볼보, 스냅 등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모두 올해 순익 가이던스 발표를 보류했다.

GM은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가 향후 실적 전망을 할 수 없게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물류업체 UPS는 2분기 물류량과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2만명을 구조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UPS의 캐롤 토메 최고경영자(CEO)는 “세계는 100년 이상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충격을 맞았다”면서 우리가 확신하는 단 한가지는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트인에 쓴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촉발한 혼란이 진정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이슈(관세)를 다뤄야 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은 너무 늦었다고 말하고 있고,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미국과 외국 간의 거래와 투자에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은 향후 무역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든 상관없이 대안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급격하게 이뤄진 미국과의 상호의존성 감소가 이제는 대비해야 할 현실임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달러 기반의) 통화질서와 (미국) 국내 정치질서, 국제질서가 붕괴하기 직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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