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파테예프 "마린스키가 볼쇼이처럼 추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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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마스터 유리 파테예프. 나타샤 라지나, /마린스키극장 제공

발레마스터 유리 파테예프. 나타샤 라지나, /마린스키극장 제공

러시아 발레의 두 축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발레단과 모스크바의 볼쇼이발레단이다.

마린스키발레단은 황실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만큼 우아하고 귀족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고전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 작품을 오리지널 버전으로 갖고 있다. 볼쇼이발레단은 러시아 혁명 이후 역동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무용수의 강력한 점프, 회전 등 압도적 기술을 선보이는 극적인 레퍼토리가 특징이다. 마린스키발레단이 고전적 아름다움의 정수에 강하다면 볼쇼이발레단은 에너지 넘치는 드라마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고전 발레 산실이 된 마린스키발레단은 280여 년에 걸친 전통을 자랑하며 세계 발레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근거지로 삼은 이곳은 수많은 전설적 무용수와 안무가를 배출했다. 유리 파테예프 발레마스터(전임 단장·61)는 마린스키발레가 왜 특별한지 묻는 질문에 “바가노바식 전통의 견고한 계승과 고전 발레에 대한 헌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발레는 기록되지 않고 기억에 남는 예술입니다. 발레단의 공동 목표는 다음 세대에도 우리 작품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1738년 설립된 제국 극장 학교(바가노바 발레 학교의 전신)에서 시작된 마린스키의 유구한 역사는 그의 사무실 벽 사진들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파테예프는 손가락으로 1900년 공연한 ‘라 바야데르’ 흑백사진을 가리켰다. 마린스키극장은 1860년 개관했다. 19세기 후반은 페티파의 시대로 불렸다. 그는 1869년부터 1903년까지 수석안무가로 활동하며 클래식 발레의 핵심을 이룬 명작을 이곳에서 초연했다. 파테예프는 마린스키발레단이 다른 발레단과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학구적 면모’와 ‘엄격하고 정제된 미학’을 꼽았다. 지난해 7월까지 18년간 마린스키발레단을 이끈 그가 발레마스터로 남게 된 결정적 이유도 전통 계승에 있다고 했다. “젊은 무용수들이 전통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마린스키발레단원이 볼쇼이발레단원처럼 춤추면 안 됩니다.”

파테예프는 발레를 ‘아름다운 음악과 몸짓이 합쳐진 최고의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원초적인 인간의 열망과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름답게 합쳐진 게 발레입니다. 마린스키발레단은 박물관의 전시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예술로 고전 발레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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