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에 고 이채원 양(17)을 추모하는 공간인 ‘채원의 방’이 마련됐다. 17㎡ 규모의 공간에는 채원 양의 유품 100여 점이 전시돼 그를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입구에는 채원 양이 지난해 가을 응급구조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참석했던 가천대 응급구조학과 입시설명회에서 받아 온 ‘2026학년도 수시모집요강’이 놓여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응급구조사 제복이 가지런히 전시됐다.
제복 옆에는 소방 하트세이버 배지가 놓였다. 안내문에는 “사람을 구하면 주는 하트세이버 배지를 친척 삼촌이 주셨어요. 제 소중한 꿈과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하늘에서도 나의 꿈, 꼭 이룰게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하트세이버 옆에는 ‘나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그림도 전시됐다. 그림에는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사랑하는 강아지와 함께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라는 채원 양의 글이 담겨 있었다.
채원의 방은 고인이 즐겨 읽던 책과 음악, 좋아하던 과자,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응원복과 교복 등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을 보여주는 물건들로 채워졌다. 특히 응급구조사 제복이 두 벌 전시돼 있어 사람을 살리는 일을 꿈꿨던 채원 양의 확고한 진로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입구에는 예술인들의 추모 작품도 놓였다. 조각가 최재덕 씨(60)는 “채원 양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사회적 참사를 위로하는 의미의 조각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벽면은 시민들이 남긴 추모 글로 가득 채워졌다.
김순 추모모임 집행위원장은 “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위해 시민들의 힘을 더 모으기로 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광주지역 학생들은 물론 광산구 수완·첨단지역 학생들까지 큰 상처를 입은 만큼 촘촘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원 양은 지난달 5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도로에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납치를 시도하던 장윤기(24)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장윤기는 일면식도 없는 채원 양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광주지검 형사3부 김진희 부장검사는 오는 22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부터 직접 출석해 공소 유지에 나설 예정이다. 형사3부 사무실 벽에는 장윤기가 범행을 저지른 지난 5월 달력이 여전히 걸려 있다. 김 부장검사는 사건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해당 달력을 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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