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작년보다 두 배 정도 증가했지만, 대표 의료관광 도시인 대구에선 오히려 의료관광객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시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의료관광객은 지난해 117만 명으로 전년 61만 명보다 약 두 배(93%) 증가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이 기간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만510명에서 1만4646명으로 2.4% 감소했다. 경쟁 도시인 부산, 인천뿐만 아니라 제주에도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는 2019년 외국인 유치 환자 3만1183명을 기록해 당시 비수도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 의료 도시란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민선 8기 대구시를 두고 의료업계에선 ‘최근 들어 빠르게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관광 호황을 누린 것과 대비된다. 부산은 외국인 환자가 2023년 1만2912명에서 지난해 3만165명으로 13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주는 6823명에서 2만1901명으로 221% 불어났고, 인천도 1만4606명에서 2만1387명으로 46.4% 늘었다. 이 기간 부산시는 크루즈 직항노선을 활용해 대만 중국 등 특정 국가 마케팅을 활성화했다. 특히 의료관광업무를 세분화해 의료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았다. 제주는 단체관광 패키지에 의료관광을 필수 코스로 운영했다.
러시아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오던 대구의 한 에이전시 관계자 A씨는 “과거 한 해 평균 500~600명을 유치했지만 지난해는 50명으로 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 대만 전문 에이전시 대표 B씨는 “대만 의료관광객이 전국적으로 많이 늘어났다”며 “반면 대구는 최근 몇 년간 체계적인 유치 활동을 하지 못해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구시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의료관광 예산을 대폭 삭감해 지역 의료관광 생태계가 쇠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는 지난해 의료관광 관련 예산으로 9억4000만원을 책정했다. 부산이 30억원, 인천은 22억원 등의 예산을 세운 것과 비교해 수준이 낮다. 특히 의료관광을 주도해 온 대구의료관광진흥원의 조직과 인원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구의 한 의료업계 종사자는 “의료관광객은 보통 수백만~수천만원을 쓰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며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를 수습하고 의료관광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