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터넷 봉쇄 3개월째…일상생활 마비·일자리 충격 확산

3 weeks ago 6

테헤란 길거리 / 사진=REUTERS

테헤란 길거리 / 사진=REUTERS

이란이 현대 인터넷 역사상 가장 길고 강한 인터넷 차단을 겪고 있다. 장기 봉쇄가 전쟁과 물가 급등, 실업으로 흔들리는 이란 경제를 더 깊은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거의 3개월 동안 기업들이 고객과 공급업체로부터 단절됐고, 상인들은 오랜 해외 거래처와의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더 많은 이란인이 실업으로 내몰렸다. 디지털 감시단체 넷블록스의 설립자 알프 토커는 "이번 차단이 현대 인터넷 연결 역사에서 자신들이 추적한 것 가운데 범위와 기간 면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기준으로도 극단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올해 인터넷 차단과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복합적인 금융위기는 2025년 12월 전국적 시위를 촉발했다. 이후 정부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숨졌고, 정권은 외부 세계가 상황을 알기 어렵게 하려고 인터넷도 차단했다. 시위 대응으로 시작된 강한 인터넷 제한은 1월 8일 시작돼 1월 23일 완화됐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처음 공격한 2월 28일 다시 시행됐다.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란의 네트워크 연결성은 몇 주 동안 전체 용량의 1~2% 수준에 머물렀다. 시위 전에는 90~100% 수준이었다. 이 차단은 전쟁이 이란 경제에 남긴 막대한 비용을 더 키우고 있다. 이란에서는 100만명 넘게 일자리를 잃었고, 식료품 가격은 급등했으며, 통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도 타격이 됐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테헤란은 이웃 국가들과의 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대체 경로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마르부르크 필립스대의 중동경제 전문가 모하마드 레자 파르자네간은 이란의 디지털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일자리가 약 1000만개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접속 제한이 생산성을 해치고, 기업 신뢰를 약화시키며, 불평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더 부유하거나 연결망이 좋은 이용자만 안정적 접속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도 마비됐다. 이란인들은 인터뷰에서 가족에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는 일, 진료 뒤 의료기록을 받는 일,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일 같은 평범한 업무도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고 테헤란이 페르시아만 전역으로 발사체를 쏘는 동안, 많은 이란인은 정부와 연결되지 않은 뉴스 소스에 접근할 수 없었다.

기업 활동은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이란의 많은 사업자는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왓츠앱 같은 앱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상품을 홍보하며, 주문을 처리하고, 해외 연락을 유지했다. 프리랜서와 프로그래머들은 국내외 고객을 위해 원격으로 일했다. 소규모 온라인 판매자 상당수는 소득의 거의 전부를 소셜미디어에 의존했다. 그러나 최근 이슬람공화국은 개별 플랫폼을 일시적으로 막는 수준을 넘어 연결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테헤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25세 남성은 최신 제한이 시행된 뒤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제한으로 기업들이 규모를 줄이거나 완전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센터와 AI 역량을 키우는 프로젝트들도 멈췄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기술·IT 분야의 많은 사업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이 나라의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던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절망적이고 완전히 실업 상태라고 했다.

전쟁 전 수입되던 기술 장비도 타격을 받았다. 하드드라이브와 기타 컴퓨터 부품을 포함한 장비 상당수는 두바이에서 들어왔다. 이 운송이 끊기면서 관련 제품 가격은 급등했다. 인터넷 차단은 온라인 서비스뿐 아니라 하드웨어 공급망과 기술 인프라 투자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우회 수단은 있지만 위험이 따른다. 미국은 올해 초 정권의 시위 진압 이후 스타링크 위성 단말기 수천 대를 이란에 비밀리에 보냈다. 수만 명의 이란인이 이를 이용해 국내외 가족과 연락하고, 정부 방화벽과 검열 통제 밖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에서 스타링크 단말기 보유는 불법이다. 당국은 이용자를 찾기 위해 주택과 지붕을 수색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수년형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권리단체 미안그룹의 아미르 라시디 디지털 권리·보안 책임자는 "이란이 새로운 디지털 권위주의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서 인터넷 접근이 더 이상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사회 계층별로 서로 다른 접속 단계를 부여하는 방식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차단의 효과는 전쟁 이후에도 남을 수 있다. 인터넷 접근이 갑자기 제한될 수 있는 국가는 투자와 무역에서 더 높은 위험 환경이 될 수 있어서다. 인터넷 불안정성은 생산성과 계약 이행, 해외 고객 신뢰를 약화시키며 이란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관건은 이란 정부가 전시 통제 명분 아래 인터넷 봉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다. 접속률 1~2% 수준의 차단이 계속되면 디지털 경제와 중소상공인, 프리랜서, 기술 인력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스타링크 단속, 인터넷 프로 확대, 국가 통제망 구축은 경제 회복보다 감시와 통제를 우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WSJ는 "이란의 인터넷 봉쇄는 전쟁과 경제난을 넘어 투자, 고용,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남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