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가스 시설 피격
수출길 차단되며 국가 전략도 ‘휘청’
한때 천연가스 수출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사막의 진주’로 불렸던 카타르가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의 주요 가스 시설 공격으로 인해 카타르의 핵심 생명줄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핵심 축이 마비된 상태라고 심층 보도했다.
카타르는 페르시아만에 돌출된 사막 반도로, 과거 진주 채취에 의존하던 빈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경제적 변혁은 199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카타르는 국가 북동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인 북부 가스전에서 채굴한 가스를 영하 162°C로 초냉각하여 액화시키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파이프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 세계 어디로든 선박을 통해 가스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1996년 일본으로 6만 톤을 첫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카타르의 생산 능력은 2010년까지 7700만 톤으로 급증했다. 국가 수익의 60% 이상을 가스 수출에서 창출해 온 카타르는 이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국가적 프로젝트를 숨가쁘게 진행시켰다.
수도 도하의 마천루, 파리풍 쇼핑몰과 인공 눈 테마파크를 갖춘 루사일(Lusail) 신도시, 역대 최고 비용이 투입된 월드컵 인프라, 그리고 6,0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나아가 2027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1억 2600만 톤으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카타르를 세계와 연결하던 문이 굳게 닫혔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길이 완전히 끊긴 것이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이웃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 달리 지리적으로 갇혀 있는 카타르는 무역로가 차단되며 국가 활동 전반이 마비되었다.
사태는 해상 봉쇄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카타르 가스 생산의 심장부인 라스 라판(Ras Laffan) 산업 단지를 타격하면서 핵심 설비가 파괴되었고, 이로 인해 전체 생산 능력이 17%나 감소했다.
국영 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계약 이행 불가를 선언했다. 라스 라판의 화물 적재 크레인들은 멈춰 섰으며,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매일 수억 달러의 매출 및 용선료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카타르 경제가 8.6%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관광 및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려던 국가 다각화 전략에도 치명상이 가해졌다. 전쟁 이전 카타르는 외국 기업의 현지 파트너 규제를 철폐하고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를 수시로 개최해 왔다.
그러나 전쟁 발발 직후 미국 등 주요국의 여행 경보 발령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급감했다. 지역 불안을 우려한 다국적 기업들은 직원들을 국외로 철수시키고 있다. 도하의 전통 시장인 수크 와키프 상인들은 성수기임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고 토로하며,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중동 지역 전체가 매일 6억 달러의 관광 수익을 잃고 있다고 추산했다.
위기 속에서도 카타르 정부는 국민들이 겪는 즉각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먼저 공격적인 물가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다. 소비 식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해상 운송로가 막히자, 정부는 농산물을 항공 화물이나 육로로 우회시켰다. 물류비 폭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정부 보조금 덕분에 수입품 물가 상승률은 5~10%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다.
카타르 인구 320만 명 중 약 90%가 외국인 노동자인 상황에서 당국은 외국 자본과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국제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타르의 막대한 자본력이 단기적인 충격은 흡수할 수 있겠지만, 결국 경제 회복의 열쇠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얼마나 빨리 해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일머니로 쌓아 올린 사막의 기적이 이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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