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표팀이 미국전 킥오프를 기다리며 자국 국가를 듣고 있다. 사진출처|일본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일본대표팀 공격수 미토마 카오루가 미국과 원정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일본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일본축구대표팀은 최근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쟁쟁한 강호들과 묶인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압도적 선두 레이스를 펼치며 개최국(미국, 멕시코, 캐나다)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후 7월엔 한국에서 개최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홍명보호’를 물리치며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해외파를 총동원한 아시아 최종예선에 이어 J리거로만 출전한 E-1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면서 사기는 대단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이 아주 오래 전부터 언급한 “월드컵 우승”을 팬들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원한 상승세는 없었다. 9월 미국 원정이 일본 열도를 침묵에 빠트렸다. 일본은 멕시코와 0-0으로 비긴 뒤 미국과 두 번째 친선전에서도 0-2로 완패했다. ‘사무라이 재팬’이 A매치에서 2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한 것은 정말 오랜 만이라 충격이 대단했다. 특히 미국전 패배 직후 ‘홍명보호’가 멕시코전에서 선전 끝에 2-2로 비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숨소리가 더욱 잦아졌다. 한국은 미국전에서도 2-0 완승을 거뒀다.
‘닛칸스포츠’와 ‘스포츠호치’ 등 일본 언론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로 아시아 1위인 일본은 미국 원정을 학수고대해왔다. 내년 6월 개막할 북중미월드컵 현장을 미리 경험하고 가상의 월드컵 상대국을, 그것도 홈 어드밴티지를 안은 개최국들과의 2연전이 자국 대표팀의 선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기대에 찬 분위기였다.
하지만 쓰라린 현실을 마주했다. 결과도 아쉽지만 내용은 참담했다. 미야모토 쓰네야스 일본축구협회장부터 자국 언론을 통해 반성을 언급했고, 선수단도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일본은 정상 전력과 거리가 멀었다. 부상으로 주축 일부가 빠졌다. 그런데 사실상 1.5군이 나선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중원의 핵심인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승리를 못한 것도, 득점하지 못한 것도 정말 뼈아프다. 스리백으로 경기에 임했고, 후반부터 포백으로 전환했는데 앞으로도 수비에서의 압박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전략을 모두 활용하겠다”면서 “해외팀과의 대결에서 우리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팀으로서 공격의 질을 높이고 골도 많이 넣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잔뜩 실망해서였을까. 일본 팬들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했다. 미국축구협회가 자국 대표팀과 한국, 일본과의 평가전에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을 들여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내 소셜미디어에선 “월드컵 개최국에 VAR이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끊이질 않았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멕시코전을 마치자마자 일본대표팀이 약 3000km를 이동해 3시간 시차가 있는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에서 미국전을 치러야 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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