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안 뽑았죠” 안 통한다…수습, 설계 잘해야 위기 아닌 기회로 [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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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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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기간은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이다. 기업은 채용한 인재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구직자는 자신이 해당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수습 기간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간과하는 부분이 있어, 법적 분쟁이나 인재 유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 글에서는 수습 기간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기업이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본다.

수습 제도, 시작 전 필수 점검 요소는?

우선, 수습 기간의 목적과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습 기간은 근로자의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을 시험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시용’ 제도로 인식된다. 따라서 수습 기간에 근무 태도나 업무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정규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명시돼야 한다.

또한, 수습 기간의 존재 자체도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명시해야 한다. 취업규칙에서 신규 채용 근로자에 대해 수습 기간 적용을 “할 수 있다”라고 선택사항으로 규정한 경우, 근로계약서에 수습 기간이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면 수습 기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례가 있다.

수습근로자에 대한 평가 기준과 피드백 체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도 있다. 수습근로자 평가 과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모호한 평가 기준과 피드백의 부재이다. 수습 직원이 명확히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는 수습근로자의 입사 초기부터 구체적인 업무 목표와 평가 항목을 설정해 설명하고,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해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수습 기간 중간에 평가를 실시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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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해고, “일 좀 못하네”만으론 안 돼

수습근로자에 대한 해고 또는 본채용 거부 사유가 일반적인 해고보다는 폭넓게 인정된다. 수습 기간 중에는 근로자의 업무적격성을 평가하고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만 본채용 거절(해고)이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수습근로자에 대한 평가는 합리적인 기준과 방법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평가 절차가 있다면 이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특히 낮은 평가를 할 경우 단순히 점수만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수의 평가자가 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동일한 수습근로자에 대해 평가자 간의 의견 차이가 클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한 사람은 낮게 평가하고, 다른 사람은 높게 평가하는 식의 큰 차이가 나타나면, 해당 평가 결과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현명한 수습 설계, 기업 성장의 초석

수습근로자의 본채용을 거절하려면 수습 계약 종료 전에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정하는 바에 따라 구체적인 사유와 시기를 기재해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본채용 거절은 해고와 같은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수습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통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근로자가 정식 채용된 근로자로 간주하기에 본채용 거절이 어려울 수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수습 기간은 인재를 선발하고,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명확한 제도 설계, 구체적인 평가 기준, 객관적인 판단, 그리고 적법한 통지 절차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를 균형 있게 갖춰져야 수습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법적 요건을 준수하면서도 상호 존중하는 수습 문화를 조성할 때, 기업은 인재 유출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진정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결국 현명하게 설계된 수습 기간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초석이 된다.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고려대(경제학)를 졸업하고 제4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2기) 합격 후 20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심판 담당),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 판정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고용노동부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쟁송 분야에선 부당해고, 임금(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등), 원청의 사용자성, 불법파견, 근로자 지위를 다투는 소송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자문 분야에선 인력구조조정,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컴플라이언스(파견법 위반, 인사제도 개선 등), 근로감독 대응, M&A 과정에서의 노동문제 등에 대한 자문 경험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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