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적어도 한 번은, 아니 그 이상은, 내 안의 뭔가가 부러지는 경험을 하기 마련이다. 연인과의 결별이든, 가족의 죽음이든, 혹은 건강했던 자신과의 작별이든 고통은 인간의 뭔가를 부러뜨린다. 하지만 문제는 과거 '나'를 이뤘던 뭔가와의 단절이 '깔끔한 절단'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부러진 흔적은 심부에 남아 있다. 생을 크게 충격하는 단절일수록 조심스럽게 맞춰 자르는 게 아니라 건조한 천을 손으로 찢듯이 '갈가리 찢기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클레르 마랭의 신간 '단절(들)'은 삶에서 마주치는 단절에 대해 사유하면서 명쾌한 통찰 하나를 건넨다. "삶이란 단절의 연속이며 그 단절이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쳐준다"고 말이다. 그 흔적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암암리에 남겨진 단절의 흔적이 곧 스스로의 정체성이 된다는 진리를 간파하는 책이다.
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을 상상해보자. 옛 애인이 나를 떠났을 때 우리는 고통받았다. 그래서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난 파괴된 게 아니다. 남겨진 거다, 쓰레기처럼." 결별은 내가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던 세계로부터 나를 추방한다. 나는 그 세계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별 없이 유지되는 삶이란 없다. 한 사람과의 단절은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다. 이별은 잔혹한 경험이지만 이러한 진실을 감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따지고 보면 삶 자체는 단절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출생은 최초의 분리다. 여성의 신체로부터 분리되면서 삶을 시작하게 되고 그건 자신의 모친에게도 '단절을 경험하는' 사건이다. 출생 이후에도 인간은 점진적으로 분리되며 살아가고 완벽한 단절이 이뤄졌다고 느낄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가족과 절연한 상황도 결국 단절의 다른 말이다. 가족뿐 아니라 친구와도, 또 주변 사람과의 단절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 10만부 가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전체가 사유의 교과서일 정도로 명언으로 가득하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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