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삼촌, 한번도 행복해본 적 없지’ 그 대사가 와서 꽃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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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 “‘삼촌, 한번도 행복해본 적 없지’ 그 대사가 와서 꽃혔다”

입력 : 2026.05.13 16:16

이서진 “연극에선 소냐의 말로 위로받고 싶어”
고아성 “4막 엔딩 목표는 서진 선배 울리는 것”

연극 ‘바냐 삼촌’을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배우 고아성과 이서진이 13일 LG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연극 ‘바냐 삼촌’을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배우 고아성과 이서진이 13일 LG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아직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매일 긴장하고 있고요. 언제 긴장이 풀릴지, 그걸 기대하고 있어요.”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 배우 이서진의 말이다. 13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바냐 삼촌’의 바냐 역 이서진과 소냐 역 고아성을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을 손상규 연출(양손프로젝트)이 무대에 올렸고, 전 배역 원캐스트로 오는 31일까지 공연한다.

이서진은 그간 연극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굳이 내가 왜 고생을 해야 하나” 싶어 거절해왔다고 했다. 이번에도 처음엔 “이걸 왜 나한테 보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다만 “안 한다 하다 막상 하게 되면 책임감 갖고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며 결국 수락한 뒤에는 연출만 믿고 갔다고 했다. 손상규 연출이 연극식 화법을 요구하지 않고 이서진 본인의 말투와 호흡으로 작업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한다. 그는 “제 말투나 제가 할 수 있는 걸로 자연스럽게 만들어나갔다”며 “애드리브를 섞기도 했는데, 좋은 건 쓰고 아닌 건 안 쓰고 그런 식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연극 ‘바냐 삼촌’에서 바냐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이 13일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연극 ‘바냐 삼촌’에서 바냐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이 13일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준비 과정에 얽힌 일화도 전했다. 러시아 희곡이다 보니 대본에 보드카가 자주 등장하는데 정작 연습 초반에 보드카를 마셔본 배우가 없었다고 한다. 이서진은 마셔보지도 않고 연기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나영석 PD에게 “보드카를 한 박스 보내달라”고 했다. 며칠 만에 한 박스를 비웠고, 그 술자리가 배우들끼리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공연 끝나면 술 한 잔 한다”고 했다. 나영석 PD는 공연을 본 뒤 “오래된 희곡이라 지루할 줄 알았는데 총도 쏘고 너무 다이나믹하고 재밌다”는 감상을 전했다고 한다.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했냐고 묻자 이서진은 “지가 무슨 연기에 대해서 뭘 알겠냐”며 웃었다.

바냐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감이 간다”고 했다. “중년의 그런 생각들이 공감이 간다. 100년 넘은 희곡이라고 해도 현대와 맞닿아 있구나 생각이 됐다”고 했다. 소속사 대표가 공연을 본 뒤 “형 삶이랑 똑같은데”라고 했다며 웃었다. “저랑 가까운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실제 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극 ‘바냐 삼촌’에서 소냐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이 13일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연극 ‘바냐 삼촌’에서 소냐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이 13일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고아성은 소냐에 대해 “위기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인물이어도 희망을 가지고 모두를 아우르며 살아가는, 집안의 기둥 같은 역할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배우 출신인 손상규 연출의 작업 방식이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소냐 캐릭터가 취하는 자세, 제스처는 손상규 연출의 모방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무대 위 바냐와 소냐의 관계에 대해 이서진은 “제가 따르고 믿는 사람이 유일하게 조카”라며 “연습 때부터 조카를 대하는 건 다르게 했다.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 했다. 고아성은 “통상적인 삼촌-조카라기보다 대가족의 주춧돌”이라며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잔소리도 하는데, 둘만 남겨졌을 때는 굉장히 어색해진다. 그 미묘한 책임자 둘의 관계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아성은 4막 엔딩에 대해 “목표가 있다면 서진 선배님을 울리는 것”이라며 “어떻게 정성스럽게 대사를 해야 마음을 동요시킬까 생각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눈물이 쉬우셔서 매일 우시던데, 암전됐을 때 코 푼다”며 웃었다.

연극 ‘바냐 삼촌’을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배우 고아성과 이서진이 13일 LG 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연극 ‘바냐 삼촌’을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배우 고아성과 이서진이 13일 LG 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이서진은 “개인적으로 위로받는 건 안 좋아하는데, 역할에서만큼은 소냐의 말들로 위로받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와닿는 대사로 “삼촌, 한번도 행복해본 적이 없지”를 꼽았다. “바냐 입장에서는 진짜 행복을 누리지 못한 사람이 아닐까. 돈도 없고, 다 보냈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며 그것을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데서 바냐가 큰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캐스트 부담에 대해 이서진은 “눈 뜨면 대사부터 웅얼거리고 있다”며 “일찍 와서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를 한번 다 해보고 시작한다”고 했다. 고아성은 “친언니 말로는 제가 잠꼬대로 독백을 한다고 한다”며 “무대 올라갈 때 지드래곤처럼 기지개를 떠며 건방 떨며 올라가면 긴장이 덜 된다”고 해 웃음을 줬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묻자 고아성은 “서진 선배가 연극 한 번 더 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서진은 “미쳤구나”라고 받아친 뒤 “아성이가 동아연극제 연극상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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