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핵개발 성공에는 모사드를 비롯한 정보기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외교적으로 민감한 난제들을 공작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대표적 사례가 ‘플럼뱃 공작’이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후 이스라엘은 핵기술 협력국인 프랑스의 우라늄 공급 중단으로 원자로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이에 모사드가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우라늄을 직접 조달하기 위한 공작에 착수했다. 무역 거래로 위장해 우라늄을 확보한 뒤 공해상에서 빼돌리는 작전이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에 유령 해운회사를 설립하고 작전에 투입할 화물선을 구입해 라이베리아 국적으로 등록했다.
같은 시기 서독 화학회사와 연계된 협조자를 활용해 벨기에 업체로부터 농축 우라늄 원료, 일명 ‘옐로케이크’ 200t을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는 새로운 공정으로 비누를 제조하기 위한 거래라고 신고했다. 1968년 11월 납 화합물로 위장한 우라늄을 실은 화물선이 벨기에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했다. 곧바로 선원들에 대한 세탁이 이뤄졌다. 돌연 서독 함부르크에 정박해 선주가 바뀌었다며 기존 선원들을 해고하고 이스라엘 선원들로 교체한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지중해에서 종적을 감춰 버렸다. 예정일이 훨씬 지나 이탈리아가 아닌 튀르키예 항구에 나타났지만, 이미 공해상에서 우라늄을 이스라엘 선박에 넘긴 뒤였다.
동맹국 미국도 공작 대상이었다. 1965년 미 핵연료 처리 회사 ‘너멕(NUMEC)’에서 수백 kg의 고농축 우라늄이 사라진 사실이 재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회사 설립자가 시온주의자인 데다 모사드 요원의 회사 출입 사실이 드러나 미 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밀반출과 관련된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 모사드가 어떤 경로로 빼갔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이스라엘의 핵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킨 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국방부 산하 특수 정보기관 라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1957년 설립된 뒤 모사드와 함께 핵개발을 지원하는 양대 축으로 물자 조달과 정보 수집을 담당했다. 영화 ‘귀여운 여인’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제작자 아넌 밀천이 라캄 공작원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공작은 외교 경로로는 달성할 수 없는 국가 목표를 위해 정보기관이 국가 개입을 숨기고 수행하는 비밀 활동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핵개발은 정보기관 공작이 이뤄 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작은 위험을 수반한다. 실패할 경우 국가 간 외교 마찰이나 군사 충돌로 번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실행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공작은 ‘정보활동의 꽃’이자 ‘정보기관의 시그니처’다.
정일천 전 국가정보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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