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릭 차이 미디어텍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협력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디어텍의 반도체 물량을 따내기 위해 이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디어텍은 지금까지 대만 파운드리업체인 TSMC에 주로 반도체 생산을 주문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대만을 방문해 차이 CEO와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현지 언론은 이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협상력이 강해진 시점에 파운드리 분야 잠재 고객사인 미디어텍을 만났다고 해석했다.
미디어텍은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AMD에 이은 세계 5위 칩 설계 회사다.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회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미디어텍의 주력 제품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최근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을 담당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대만 외 파운드리에 반도체 생산을 맡긴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텍이 칩 설계도를 만들면, TSMC가 이를 생산하는 방식을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방문으로 두 회사의 칩 생산 협업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디어텍 반도체 생산 물량을 따내면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테슬라의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물량을 따낸 직후 추가 수주를 하면 TSMC와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TSMC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2㎚ 공정을 필두로 TSMC의 기술 경쟁력을 바짝 쫓고 있다. 최근 AI 투자 열풍으로 TSMC 공장이 완전 가동되자 테슬라, 퀄컴, AMD 등 빅테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찾아 협업을 타진하고 있다.
이번 면담에서 삼성전자가 미디어텍으로부터 모바일 기기 핵심 부품인 AP를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갤럭시 스마트폰 보급형 라인과 태블릿 등에 미디어텍의 차세대 AP인 디멘시티 칩셋 장착 비중을 높이고 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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