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들이 인공지능(AI)을 제품·서비스에 적용하는 단계를 넘어 사내 업무 방식을 AI 중심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이 모든 관계사 업무 체계를 AI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SK도 경영진과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그룹 차원의 AI 전환(AX) 방안을 논의한다.
SK그룹은 10일 경기 이천 SKMS 연구소에서 '2026 뉴 이천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오는 11~13일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 주제로 열린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멤버사 최고경영자(CEO) 등 그룹 경영진 50여명이 참석한다.
AX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AI를 쓰는 수준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경영 방식과 조직 운영 체계를 AI에 맞춰 바꾸는 게 핵심이다. SK가 2박3일 일정 전체를 AX 논의에 배정한 것도 AI 경쟁이 제품 개발이나 투자 전략뿐 아니라 기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포럼은 기존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을 통합한 첫 행사다. SK는 매년 6월 주요 경영진이 모여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생존·성장 방안을 논의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해왔다. 8월엔 구성원과 국내외 전문가가 글로벌 산업 트렌드, 혁신기술, 미래 사업 방향을 토론하는 이천포럼을 열었다.
이들 회의를 통합한 이유는 AI 속도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때문이다. SK는 AI 기술의 변화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논의 구조만으로는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영진 논의, 구성원 토론을 따로 진행하는 대신 한 곳에 모여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논의 결과를 경영 전반에 빠르게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포럼 첫날에는 경영진이 AX 논의의 방향을 잡는다. 주요 멤버사 AX 추진 목표와 로드맵을 공유하고 CEO 패널토의를 통해 AI 혁신 실행력을 높일 방안을 논의한다. 각 사 사업 상황에 맞는 AX 추진 방향도 다룬다.
둘째 날엔 구성원 중심 토론이 진행된다. 구성원들은 경영진 논의 방향에 맞춰 현장에서 체감하는 AI 시대의 변화를 공유한다. AX 추진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조직 운영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도 논의한다. 마지막 날에는 각 사 AX 추진 방안을 공유하는 일정이다.
SK에 앞서 삼성도 전날 'AI 대전환' 청사진을 발표했다. 삼성은 전 관계사의 모든 업무에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개발, 구매, 제조, 물류, 마케팅, 판매, 서비스, 경영지원 등 8대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적용해 경영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이달 중 전 관계사에 제미나이·챗GPT·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한다. 정보 유출, 업무 위험 요인을 통제할 보안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 각 관계사의 직무·조직 특성에 맞춘 세부 운영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경영진 교육도 병행한다. 삼성은 전 관계사 사장단 50여명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인 'AX 부트캠프'를 실시한다. 전 관계사 임원 2300여명은 오는 8월12일까지 차수별 2박3일 교육을 받는다. 올해 안에 사장단과 임원을 포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을 마칠 예정이다.
삼성 전 관계사에 AI 전담조직도 신설된다. 이 조직은 각 사 사업 특성에 맞는 AX 추진 전략을 세우고 데이터·모델 운영 관리, AI 인재 육성 등을 맡는다. 삼성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뿐 아니라 내부 업무 방식과 조직 운영도 AI 중심으로 바꿔 'AI 네이티브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 그룹은 AI를 업무 보조 수단이 아니라 경영 체계를 바꾸는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삼성은 외부 생성형 AI 도입, 경영진·임직원 교육, 전담조직 신설을 통해 실행 체계를 먼저 세우는 쪽에 가깝다. SK는 경영진과 구성원이 함께 AX 로드맵을 논의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SK 관계자는 "올해 뉴 이천포럼은 AI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AX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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