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명 음악제작자 슬립 디즈
"글로벌 최신 유행 산실된 韓
세계관 확장이 K팝 경쟁력"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의 단순 참가자였다면, 지금은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가 됐다."
미국 유명 음악 프로듀서 슬립 디즈는 최근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가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의 K팝 산업 변화를 이렇게 평가했다. 팝스타 비욘세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그는 방탄소년단 정국의 '시차(My Time)'를 공동 작사·작곡한 것을 비롯해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기획사들과 오랜 시간 협업해왔다.
슬립 디즈는 2015년 처음 K팝 작업을 시작한 이후 한국 음악 산업과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을 위한 송라이팅 캠프 참여차 방한한 그는 인터뷰에서 K팝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월드 빌딩(World Building)'을 꼽았다. 단순히 노래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앨범과 콘셉트, 비주얼, 공연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슬립 디즈는 "한국은 신곡이 나올 때마다 팬들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음악에 대한 공동의 경험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슬립 디즈와 함께 내한한 미국 독립 레이블 '엠파이어' 소속 프로듀서 스투 스테이플턴 역시 K팝 산업이 소비자를 대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 상품, 마케팅까지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고민한다는 점이 K팝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두 프로듀서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도 높이 평가했다. 슬립 디즈는 "미국에서는 곡을 제출한 뒤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명확한 일정과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며 "기획사에서 전달하는 피드백도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친 결과라는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플턴도 "한국은 목표와 방향이 명확하고 연예기획 총괄 담당자나 경영진이 직접 스튜디오를 찾아 창작 과정을 지켜본다"며 "매우 효율적이고 창작자 친화적인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슬립 디즈는 K팝 산업의 가장 큰 변화를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의 전환'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한국 기획사들이 미국에서 유행이 지난 음악을 참고 사례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결합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안한다"며 "K팝은 이제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팝 음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음악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AI가 작업 효율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인간 창작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슬립 디즈는 "AI는 창작을 돕는 도구여야지 창작 자체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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