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배우자가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 [윤지상의 가사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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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03 07:00 수정2026.04.03 07:09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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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상대 배우자가 자신을 해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의뢰인을 종종 만납니다. 이혼 소송 자체가 극도로 감정적인 상황인 데다, 혼인 생활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과 행동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저는 대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이혼 소송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상대 배우자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설령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상속결격사유(민법 제1004조)에 해당해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이혼 또는 상속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습니다. 가사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적잖이 마주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송 중인 의뢰인께 미리 유언을 해두시길 권합니다. 유언이 없으면 본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 소송 종료되면 재산분할 청구도 함께 소멸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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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관련 소송 중에 당사자가 사망하면, 별도의 유언이 없는 한 그 소송상 지위는 상속인들에게 법정 상속분에 따라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이혼 소송 도중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이혼 소송과 이를 전제로 제기된 부대 청구, 즉 재산분할·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면접교섭 청구 등이 모두 종료됩니다. 이혼 소송 중이라는 것은 아직 이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므로, 상대방은 법률상 배우자 신분 그대로 상속인이 됩니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들도 함께 상속을 받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엔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이혼 소송 상대방이 자녀들의 법정대리인이 돼 자녀 몫의 상속 재산까지 처분할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협의이혼도 아닌 소송까지 간 사이라면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나쁜 상황입니다. 그 상대방에게 본인의 전 재산과 분할받을 재산까지 넘기고 싶은 분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자필유언·유언공증·유언대용신탁 등의 방법으로 미리 유언을 준비해두실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재산분할 50% vs 법정 상속분, 어느 쪽이 유리할까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A씨는 20년 넘게 혼인 관계를 유지하다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산분할 대상만 50억 원이 넘었습니다. 남편 명의의 서울 아파트 한 채와 법인 지분, 그리고 부부 각자 명의의 주식·예금 자산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법원 기일이 몇 차례 진행되던 중 남편이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이 경우 어떻게 될까요.

답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이혼 소송은 당사자 사망으로 종료되고, 이혼이 확정되지 않은 채 소송이 끝난 만큼 재산분할 청구도 함께 소멸합니다. 판례도 일관되게 같은 입장입니다. 반면 A씨는 남편이 사망한 순간 법률상 배우자 신분 그대로 상속인이 됩니다. 민법상 배우자는 1순위 상속인과 공동으로, 또는 단독으로 상속을 받습니다. 남편 재산 50억 원 중 법정 상속분에 따라 상당한 몫이 A씨에게 돌아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항상 유리한 결말은 아닙니다. 재산분할은 기여도에 따라 최대 50% 이상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법정 상속분은 자녀 수에 따라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남편에게 전혼 자녀가 셋 있다면 A씨의 상속분은 예상보다 훨씬 작아집니다. 전혼 자녀들이 상속 분쟁을 본격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혼 소송에서 싸우던 관계가 이번엔 상속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상속포기·한정승인, 3개월 안에 결정해야

반대로 남편의 채무가 재산보다 많다면 상황은 더 급박해집니다. A씨는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혼 소송 중이었던 탓에 상대방의 재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 기간을 놓쳐 예상치 못한 채무를 떠안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법률적 판단은 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사항이 있습니다. 남편이 사망 직전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처분했다면, A씨는 유류분 반환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혼 소송 중 배우자의 재산 은닉을 의심해왔다면, 사망 이후에도 법적 추적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이혼 소송 중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혼이 아닌 상속의 문제로 전환됩니다. 어떤 경로가 더 유리한지는 재산 구성과 상속인 현황, 채무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소송이 끝나도 법률 관계는 결코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5기 수료 후 전국 주요 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2022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법관 재직 시절 다수의 이혼 재판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였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재판실무편람, 주석 민법(친족상속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상속언박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상속과 관련된 여러 강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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