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Common Sense)>이란 책을 써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데 필요한 계기를 만들어준 18세기 사상가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은 “‘명예’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격’은 신과 천사들이 우리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인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격(On Character)>이란 책이 화제다. 육군 4성 장군 출신으로 리더십 전문가인 스탠리 맥크리스털(Stanley McChrystal)은 지금 왜 전 세계가 리더십 위기에 봉착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보면서, 존경받을만한 리더를 발견하기 어려운 시대에 ‘인격’이 지속 가능한 리더십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그가 진단하기에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는 ‘인격의 위기’ 또는 ‘인격의 부패’를 겪고 있다. 인격의 위기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낳고 있다. 도덕과 가치가 흔들리며 공동체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특전사령관으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휘황찬란한 훈장을 받았지만, 저자는 영광의 그림자 너머에 숨겨진 실존적 질문과 마주했다. 명예로운 군인으로서 지난 세월의 성공과 실패, 신념과 이상을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했다. ‘인생을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로 누구일까?’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등, 실존과 자아에 관한 질문을 던지던 그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은 어떤 성취나 목표로 기록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인격’에 달려있습니다. 인격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최종적인 지표입니다.”
책에 따르면, 인격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특성도 아니고, 교육이나 지위 또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인격은 ‘일상적인 선택의 결과’다. 평범한 선택을 통해, 때로는 결정적인 순간의 선택을 통해, 우리 내면의 인격과 품성이 다듬어진다. 저자는 ‘인격 = 신념(Conviction) × 규율(Discipline)’이라는 명료한 방정식을 소개한다. 여기서 ‘신념’은 깊이 숙고하고 검증해서 내면화한 일종의 가치체계를 의미하며, ‘규율’은 신념을 일상에서 일관되게 실천하는 자기 통제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곱셈’ 방정식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확고한 신념을 가졌더라도 실천으로 이끄는 자기 통제력이 없다면, 또는 철저한 규율만 있고 자기만의 분명한 신념이 없다면, 인격은 결국 ‘0’에 수렴하고 만다.
양극화로 인한 위기, 인공지능의 파괴적 혁신, 그리고 기존 질서와 제도에 대한 불신 등,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의 시대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면, 미국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인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인격은 당신의 하루를 닮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를 바꾸면 머지않아 당신의 인격이 바뀝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신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매일 작은 선택에도 최선을 다할 것을 권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