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국민투표로
인구상한제 도입 결정
찬성·반대 47% 동률
스위스에서 인구를 1000만명으로 제한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민 증가로 주택 부족과 공공서비스 질 저하가 심해졌다는 주장과 외국인 노동력 없이는 경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위스 공영방송 SRG SSR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인구 상한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 반대한다는 응답도 47%로 나타났다. 여론이 정확히 둘로 갈린 셈이다. 이번 조사는 4월 20일부터 5월 3일까지 1만827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2.8%포인트다.
여론조사기관 gfs.bern은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권자 참여율이 조금만 달라지거나 어떤 쟁점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는 오는 6월 14일, 2050년까지 상주 인구를 1000만명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발의안의 핵심은 스위스 거주 인구가 950만명에 이르면 입국 제한 조치를 시작하는 것이다. 정부는 난민 신청자와 외국인 거주자의 가족을 포함한 신규 입국자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
인구가 1000만명에 도달하면 정부는 유럽연합(EU)과 맺은 자유이동 협정도 강제 종료해야 한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120개가 넘는 양자 협정을 통해 EU 단일 시장 접근권과 인적 이동, 상품 교역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스위스 인구는 약 910만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약 27%에 달하는 만큼 이번 국민투표는 사실상 추가 외국인 유입을 제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는 반이민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스위스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인구 상한을 명시한 국가가 된다.
인구 상한제에 찬성하는 측은 이민 증가가 주택, 교통, 복지, 교육 등 공공 자원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8년 솅겐협정 가입 이후 EU 출신 이민자가 꾸준히 늘면서 주택 가격 상승과 공공서비스 질 저하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취리히와 제네바 등 주요 도시에서는 임대료 급등과 인프라 과밀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면 반대 측은 스위스 경제가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네슬레, 노바티스, 로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구를 제한하면 기업 활동과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다. 시민들은 세금, 환경 규제, 이민정책 등 주요 현안을 놓고 1년에 여러 차례 투표한다. 일반적으로 국민투표 발의안은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인구 상한제 발의안은 지난해 말 이후 찬성률이 45~52% 사이에서 움직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과반을 넘기도 했다. 스위스 정부와 재계가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 설득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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