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30분 오픈이라 새벽 7시부터 와서 줄 섰어요."
지난 4일 일본의 편집숍 브랜드 '빔스'의 국내 첫 팝업스토어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보다 이른 9시부터 매장 입구에 '오픈런'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정 판매하는 '서울 익스클루시브'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 7시부터 대기한 소비자도 있었다. 매장이 문을 열자 티셔츠, 키링, 가방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렸다. 인기 상품인 '베이직 후디'와 청바지 모양 키링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빔스, 국내 첫 진출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8일까지 잠실 에비뉴엘 지하 1층에서 빔스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빔스가 한국에 매장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빔스는 1976년 도쿄 하라주쿠에서 시작된 일본 대표 편집숍이자 패션 브랜드다. 일본 내 1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해외에서는 홍콩, 베이징, 타이베이 등에 진출해 있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는 총 5개 제품군을 선보인다. 대표 남성 라인인 '빔스',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라인 '빔스 보이', 여성 캐주얼 '레이 빔스' 등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한다. 인테리어 소품과 뉴에라 등과의 협업 상품도 함께 선보인다.
국내 첫 팝업을 기념해 '서울 익스클루시브' 한정 상품도 판매된다. '빔스 보이 서울'이 프린팅된 티셔츠, 토트백 등 한정판 굿즈와 함께, 일본 아티스트 ‘노라히’와 한국 작가 ‘나무13’과 협업한 상품도 전시된다.
최정우 롯데백화점 맨즈패션팀 바이어는 "일본 브랜드들의 인기가 많아지고 있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빔스와의 협업을 기획했다"며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고 정식 매장 입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日 패션, 잇달아 한국 진출
빔스뿐만이 아니다. 스튜디오스와 비숍 같은 일본 편집숍이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스튜디오스는 이달 초 서울 압구정에 매장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으며 비숍 역시 5월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빔스도 오는 5월 서울 성수동에 단독 매장을 낼 예정이다.
일본 패션 브랜드가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 건 일본 의류 수요 증가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일본 의류 수입액은 1억1433만달러(약 1650억원)로 2020년(6769만달러)보다 68.9% 급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일본 여행이 재개되며 현지에서 직접 본 브랜드를 국내에서 다시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 업체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일본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섬이 운영하는 편집숍 EQL은 일본 패션·잡화 브랜드 50여 개를 운영 중이다. 올해 1~2월 EQL 내 일본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편집숍 비이커도 캡틴선샤인, 오라리, 코모리 등 일본 인디 브랜드를 잇달아 들여오고 있다. 특히 남성복 브랜드 캡틴선샤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늘었다.
한 패션업체 바이어는 “한국인과 일본인 체형이 비슷한 게 일본 의류의 큰 장점”이라며 “한동안 노 재팬 정서로 주춤하던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현지 브랜드도 내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