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전입신고 즉시 대항력 발생… 시장 혼선, 보완장치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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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전입신고 즉시 대항력 발생… 시장 혼선, 보완장치 마련돼야

입력 : 2026.04.02 16:09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정부는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전입신고 즉시 대항력이 발생하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임대차 계약 후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해 대항력을 갖는다.

여기서 대항력이란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제3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다만 전입신고와 대항력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공백이 존재해 이를 악용하는 전세사기 문제가 이어져 왔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마친 이후라도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근저당권 설정이나 가압류 등 새로운 권리가 먼저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임차인은 후순위로 밀리며 경매절차에서 보증금 회수에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잔금 당일 전입신고를 했더라도 집주인이 같은 날 담보대출을 실행하면, 대항력은 익일 0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근저당권보다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이후 집주인이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다. 즉 보증금 회수 여부와 상관없이 집을 비워줘야 하고, 법원으로부터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인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권도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어 전세 보증금을 온전하게 보호 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항력 발생 시점을 '전입신고 다음 날'이 아닌 '전입신고를 한 즉시'로 조정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 절차도 보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기 전에 해당 주택의 전입세대 정보와 확정일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개정은 경매 절차에서 입찰자의 권리분석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꼼꼼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은행의 근저당권이 오전에 설정되고 임차인이 같은 날 오후에 전입신고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사자인 은행이나 임차인은 각 시점에서 권리 확인이 가능해 순위 판단에 문제가 없지만, 입찰자 입장에서는 두 권리의 선후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공시되는 자료만으로는 시간 단위까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입찰자는 불완전한 정보로 권리분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임차인의 권리를 단단히 보호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의 방향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제도 변경에 따른 시장 혼선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입법 단계에서 보완 장치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특히 권리 발생 시점을 시간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시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매 실무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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