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싱크홀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기고/이수곤]

3 weeks ago 12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최근 7개월간 서울에서 두 곳의 대형 싱크홀로 인명 피해가 났다.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교차로 도로의 싱크홀로 차량이 빠져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지난달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 도로의 싱크홀에 오토바이가 빠져 1명이 숨지고 가까스로 피한 차량 운전자 1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필자의 현장답사 결과와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하면, 도로 하부 각각 12m와 11m 깊이에서 이뤄진 터널공사 막장 바로 위에서 똑같이 싱크홀이 생겼다. 터널 막장이 붕괴되고, 연속적으로 상부 지반이 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표면 하부 2m 깊이까지의 공동(空洞) 확인이 가능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는 노후 상하수도관 파열, 누수 등으로 발생되는 싱크홀은 확인할 수 있지만, 터널공사로 인한 대형 싱크홀은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연희동과 명일동 사고의 특성, 사고 전후 대처 방법을 통해 근본적인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서울의 지질 분포와 암종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화성암은 서울 면적의 36%에 분포하며, 주로 한강 이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형이다. 지질이 단순하고 양호해서 터널공사 시 비교적 안전하다. 이에 비해 나머지 64%를 차지한 변성암은 한강 이남과 한강 이북의 남서쪽에 분포하는 낮은 지형으로, 지각변동을 여러 차례 받아 지질이 복잡하고 불량해서 터널공사 시 붕괴 위험이 높다.

연희동과 명일동 싱크홀은 산과 평지가 만나는 지형에 위치하며, 변성암 지질로서 ‘단층파쇄대’로 의심된다. 이 파쇄대에는 지하수가 쉽게 침투해서 깊은 땅속까지 풍화와 열수변질이 심하다. 또 불투수층인 ‘단층점토’가 발달하며 지하수 흐름을 막아 단층점토 경계로 지하수위가 급변한다. 이 경계에서 지하수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터널을 뚫으면 터널 막장으로 지하수가 갑자기 분출돼 터널이 붕괴된다. 명일동 터널 막장에서 지하수가 갑자기 쏟아져 들어와 인부들이 대피한 정황으로 볼 때 설계 시 예측하지 못한 단층파쇄대를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터널공사를 설계할 때 지질조사의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 대도시 터널공사 설계 시 계획노선을 따라 약 100m 간격으로 시추조사를 하고, 그 간격 사이의 지질 상태는 추정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질전문가가 감리·시공사에 상시 근무하면서 터널 막장의 지질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해 수시로 적합한 보강 대책을 제시해야 하며, 변성암에서는 더욱 경험 많은 지질전문가가 필요하다.

셋째, 3차원 땅속 지질공학지도(Engineering Geological Map)를 활용해야 한다. 필자는 1998년에 시추지질조사 약 1만 개를 수집해 도시개발에 따른 지반 침하나 붕괴 위험성을 알려주는 ‘서울 지질공학지도’를 국내 최초로 작성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3차원 지질공학지도가 인식 부족으로 아직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넷째, 싱크홀로부터 인명 피해를 막을 2중 안전시스템이 필요하다. 연희동과 명일동 사고 직전에 모두 주민들이 이상 징후를 확인했으므로 하부 터널공사 계측자료를 검토해 싱크홀이 불가피하면 신속한 교통 차단으로 2차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이처럼 대형 싱크홀이 왜 발생하는지를 이해하고, 2중 안전시스템까지 갖추면 싱크홀로 인한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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