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국 베이징 중관춘 소프트웨어파크에 자리 잡은 '다이아몬드빌딩'은 최근 중국 인공지능(AI)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중국을 대표하는 생성형 AI 기업 즈푸AI가 이 건물을 통째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앞서 IBM 중국연구원이 16년 넘게 사용했던 건물이다.
즈푸AI가 건물 인수에 들인 돈은 3억6100만위안(약 790억원)이다. 연면적 2만2700㎡ 규모로, 회사는 이곳을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무실 한두 층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건물을 사들인 셈이다.
외국계 기술기업이 떠난 자리를 중국 토종 AI 기업이 채운 이 거래는 중관춘 오피스 시장에서 벌어지는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베이징 오피스 곳곳이 비어가는 가운데 중관춘에는 오히려 AI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한때 전자상가로 이름을 알렸던 중관춘이 이제는 중국 AI 기업의 연구실과 사무실, 투자금이 모이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변신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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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에 오피스 빌딩들이 밀집해 있다. 경기 둔화와 신규 공급 여파로 베이징 오피스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업이 몰린 중관춘에서는 공실률이 낮아지고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 (사진=중신그룹) |
임대료 깎아도 텅 빈 베이징…중관춘은 '나홀로 상승'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기업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베이징 A급 오피스의 평균 순실효임대료는 제곱미터당 당 월 219위안(약 4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 하락했다. 공실률은 15.9%로, 사무실 여섯 곳 가운데 한 곳가량이 비어 있는 셈이다.
부동산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실률 자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조금 낮아졌다. 다만 이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고 무상임대 기간을 늘리면서 빈 공간을 채운 덕이다. 제값을 받고 들어온 임차인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 와중에 중관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중관춘 A급 오피스 공실률은 8.2%로 베이징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평균 임대료도 제곱미터당 월 5만원 수준으로 전분기보다 0.3% 상승했다. 상승 폭은 자체는 크지 않지만 베이징 주요 업무권역 가운데 임대료가 오른 곳은 중관춘이 유일했다. 중관춘이 올해 2분기 베이징 전체 신규 임대 수요 면적에서 차지한 비중은 무려 36.7%다.
축구장 절반 크기 사무실도 척척…AI 기업 몰리는 중관춘
이곳의 수요를 끌어올린 주역은 기술기업들이다. 올해 2분기 베이징 오피스 임대 거래 면적 가운데 기술, 통신 기업 비중은 절반 수준인 49.4%에 달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AI와 클라우드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무실 크기를 늘리는 AI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AI 인프라와 반도체를 개발하는 쑤안먀오커지는 중관춘 인허빌딩에 축구장 절반에 가까운 3000제곱미터(약 908평) 규모의 사무실을 새로 마련했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근무할 수 있는 크기다.
경기 둔화기에는 기업들이 사무실을 줄이거나 임대료가 싼 외곽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연구인력 확보가 중요한 AI 기업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중관춘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중관춘을 고집하는 이유는 사무실 건물보다 주변에 있다. 중관춘이 속한 하이뎬구에는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비롯한 대학과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바이두와 레노버 등 대형 기술기업은 물론 AI·반도체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정부계 산업펀드도 모여 있다.
국내로 치면 강남 테헤란로에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구소까지 함께 들어선 것과 비슷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연구자를 채용하고 기술을 공동 개발할 수 있는 데다 투자자와 고객까지 만날 수 있다. 임대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기업들이 중관춘을 떠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하이뎬구에 자리 잡은 AI 기업은 1300곳이 넘는다. AI 연구인력은 약 1만2300명, 관련 유니콘 기업은 26곳에 달한다. 기업을 따라 인재와 자본이 모이고, 이들이 다시 새로운 기업을 끌어당기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베이징에서 관련 기술기업이 만드는 오피스 임차 수요가 앞으로 3~5년간 지속되고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황웨이 나이트프랭크 화북·화동지역 총괄은 "중관춘의 반등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AI와 반도체 기업의 실제 확장 수요가 뒷받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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