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中심] 중국 대표 로봇 회사는 왜 홍콩 대신 상하이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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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시 아닌 상하이 과창반 선택…9000억원 조달 계획
중국 본토 시장, 하드테크 넘어 로봇·AI칩 대표 무대로 부상
2조원 규모 산업펀드에 표준체계까지…휴머노이드 육성 본격화

  • 등록 2026-03-28 오전 9:30:05

    수정 2026-03-28 오전 9:30:05

이 기사는 2026년03월28일 07시3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국이 전략 기술기업의 상장과 후속 자금조달 무대를 다시 본토 A주로 옮기는 모습이다. 홍콩이 국제 투자자와 외화 조달 창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 첨단 제조처럼 정책 우선순위가 높은 기업은 상장 심사와 가치평가, 이후 증자까지 본토 시장 안에서 소화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위슈커지)의 상하이 과창반(커촹반) IPO 추진도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차세대 로봇 산업의 상징으로 떠오른 기업이 첫 상장지로 홍콩이 아닌 본토를 택했기 때문이다.

유니트리가 지난해 공개한 '유니트리 G1'이 쿵푸를 선보이고 있다. G1의 가격은 대당 약 1만 6000달러(한화 약 2400만 원) 수준이다. (사진= CCTV 갈무리)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지난 20일 유니트리의 과창반 IPO 신청을 수리했다. 예정 조달 규모는 42억위안(약 9100억원) 수준이다. 공모 자금은 지능형 로봇 모델과 하드웨어 연구개발, 신형 로봇 설계, 스마트 제조기지 구축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 비상장 기업가치는 127억위안(약 2조7305억원) 수준으로 거론됐고,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점유율은 32.4%다. 상장이 성사되면 유니트리는 A주 첫 휴머노이드 로봇 상장사가 된다.

유니트리는 2016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설립된 로봇 기업이다. 산업용·연구용 사족보행 로봇으로 먼저 시장에 이름을 알렸고,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앞세워 구현형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 주자로 거론된다. 왕싱싱 유니트리 창업자는 대학원 시절 저가형 4족 로봇 ‘XDog’를 개발한 뒤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세웠다. 이후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제품군으로 시장 저변을 넓혀왔고, 지난해에는 보급형 휴머노이드 ‘R1’을 870만원 수준에 출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상장의 무게는 유니트리 한 회사의 흥행 기대에만 있지 않다. 과창반은 이제 단순한 상장 창구를 넘어, 중국이 어떤 산업을 자국 시장의 핵심 기술주로 세울지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2019년 출범 당시에는 반도체와 첨단장비, 바이오, 신소재 등 하드테크 기업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최근에는 로봇과 AI칩, 첨단 제조 기업까지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플랫폼과 소비 서비스 기업이 중국 기술주의 중심에 섰던 시기와 달리, 제조형 기술기업이 새 대표 종목 후보군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유니트리의 본토 상장은 최근 시장에서는 예외적 사례가 아니다. 중국의 AI칩 기업 엔플레임도 올해 1월 홍콩이 아닌 과창반을 택해 상장 신청서를 냈고, 현재 IPO 절차를 밟고 있다. 예정 조달 규모는 60억위안(약 1조2900억원) 수준이다. 로봇과 AI칩 등 전략 기술기업이 잇달아 본토 시장을 상장 무대로 택하면서 중국이 차세대 기술주의 대표 무대를 A주 안에 두려는 방향도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에는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과 정치적 메시지가 깔려 있다. 앞서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은 지난해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민영기업 좌담회에 최연소 참석자로 초청된 바 있다. 당시 자리에는 화웨이와 BYD, CATL 등 중국을 대표하는 민간 기술기업 경영진이 함께했다. 유니트리가 공개적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이 회사가 단순한 유망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국이 미래 산업을 설명할 때 전면에 세우는 기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변 테마가 아니라 자국 자본시장의 핵심 기술 섹터로 올려놓겠다는 의도도 이 장면에 담겼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정부업무보고에서 구현형 AI(피지컬 AI)를 미래산업 육성 항목에 처음 포함했고, 지난 2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구현형 AI에 대한 첫 국가 표준 체계를 공개했다. 정책 문구를 넘어 표준과 제도까지 갖추기 시작한 셈이다. 지방정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선전시는 지난해 100억위안(약 2조1500억원) 규모 AI·로봇 산업펀드를 출범시켰고, 상하이 역시 푸둥신구와 함께 10억위안(2150억원) 규모 구현형 AI 펀드를 조성해 로봇밸리를 만들고 있다. 베이징 이좡 산업단지는 아예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거점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장 한 번으로 성장이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부품 고도화와 본체 설계, 제어 소프트웨어 개선, 생산설비 확대, 적용 시나리오 확장까지 장기간 자금이 들어간다. 유니트리가 조달하려는 42억위안(약 9100억원)도 대부분 연구개발과 제조기지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휴머노이드 생태계 규모가 2035년까지 380억달러(57조원)규모가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입장에서는 산업 선두주자인 유니트리를 해외 시장 수요에만 맡기기보다 본토 시장에서 먼저 가격을 형성하고, 정책금융 연계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유니트리의 과창반 상장은 결국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변 테마가 아니라 자국 자본시장의 핵심 기술 섹터로 다루겠다는 신호이자 그 출발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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