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자율성 근육 사라진 입시생들
대학의 자유도 진공으로 느껴
“우리 아이 혹시 꼭두각시 증후군일까요?”
요즘 학부모 커뮤니티나 학원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고민입니다. 부모님이나 학원에서 너무 많은 틀을 제시하다 보니 주어진 지시가 없으면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못하는 학생이 늘고 있죠. 이른바 ‘꼭두각시 증후군’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공부 습관을 하나하나 잡아 예방해준다는 학원까지 등장하고 있어요.
이런 현상은 완벽한 결과를 위해 사전에 모든 환경을 철저히 준비하는 태도인 ‘레디코어(Ready-core)’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어요. 완벽함을 중시하는 레디코어가 이젠 청소년 학업에도 스며들었어요. 많은 부모님이 자녀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외부 방해 요인을 미리 차단해주고 학생들 역시 스스로 고민하기보다 주어진 학업 계획을 따르기 바쁘죠.
“대학 들어오면 행복할 줄만 알았어요.”
치열한 입시 끝에 대학 문에 들어선 신입생 L씨는 “자유를 마음껏 누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한숨을 푹 쉬었어요. 합격한 기분도 잠시 많은 새내기가 입시에서 벗어나자마자 낯선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대학생 A씨는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지만 막상 입학 후에는 목표가 사라져 막막함을 느꼈다고 해요. 하루가 온전히 자기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자유보다는 막막함이 크게 느껴졌고 하루를 알차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고 털어놨죠.
최근 많은 입시 업체가 기숙학원으로 범위를 넓히며 한 달에 5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책정돼 논란이 되기도 했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대기 번호’가 필요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요.
학원뿐 아니라 독서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독서실이 ‘관리형 독서실’로 간판을 바꾸고 학습 관리 직원까지 상주시키며 학생을 모으고 있죠. 최근 한 신축 아파트는 유명 관리형 독서실 업체와 손잡고 단지 안에 전용 학습 공간을 마련해 학부모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어요.
온라인 환경에서도 통제 수요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상대가 공부하고 있는지, 얼마나 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열품타(열정을 품은 타이머)’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500만건을 돌파한 사례가 대표적이죠. 열품타를 자주 쓴다는 재수생 F씨는 “SNS 중독과 비슷하게 남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욕구가 공부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며 “친구보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잠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명심 사회학 박사는 요즘 대학생이 과거와 달리 명확하고 수치화된 평가 기준을 요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자율성 근육’을 꼽으며 “12년 동안 선택이 아닌 수행만을 훈련받은 학생에게 대학의 자유는 해방이 아니라 진공 상태”라고 강조했어요.
왜 청년들은 다시 자신을 가두려 할까요? 김 박사는 인간에게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겪는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로 이를 설명해요. 대학생 또한 늘어난 선택지만큼 높은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죠. 특히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견디기 힘든 인지·정서적 부담이 된다”며 주도성 아웃소싱의 원인이 ‘자기 결정 책임의 외주화’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더불어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어요. 김 박사는 “입시·취업·자산 형성이 모두 한 줄의 좁은 사다리로 압축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한 번 실패가 인생 전체의 ‘낙오’로 번역되는 구조에서는 예측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고 실패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가장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어요. 김덕식 기자·방예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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