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환율조작국 재지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중 정상 통화를 염두에 두고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을 포함한 9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 주요 교역국 외환 정책을 반기마다 평가해 환율 조작을 판단하는 공식 문서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 또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세 가지 기준에 모두 들면 심층분석 대상, 두 가지만 부합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한 직후 나왔다.
다만 미국은 향후 상황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무부 관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 증거가 발견되면 올가을 조작국 지정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는 거시경제 정책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무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공정한 환율 관행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1기인 2019년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장관 주도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1994년 후 처음이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아일랜드와 스위스가 추가돼 환율관찰대상국은 9개국으로 늘어났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이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아일랜드는 미국으로의 제약제품 수출 증가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 점이, 스위스는 금 및 제약품 교역 증가로 대미 무역흑자가 커진 점이 지적돼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