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오전 11시 반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 연회장. 원형 테이블 옆에 선 중장년 수강생 42명의 시선이 강사의 손 끝을 따라 이동했다. 강사는 코스 요리에 맞춰 포크와 나이프를 놓는 순서, 냅킨 접는 방법, 식탁보를 펴는 법을 차례로 설명했다. 수강생은 메모를 하거나 직접 식기 세트를 옮기며 연회장 정식 차림을 배웠다.
같은 날 오후 호텔 객실에서는 침구 정리 실습이 이어졌다. 현역 호텔리어가 트윈베드 앞에서 침구를 정리하는 방법을 설명하자 중년 수강생 7명이 2인 1조로 재연했다. 수강생들은 강사가 보여준 순서를 따라 침대 모서리를 잡아당겼고 이불선을 맞췄다. 베개 커버를 씌우는 손놀림은 아직 서툴렀지만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한 수강생은 “원래 호텔 직무에 관심이 많아 수강했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다”며 “잘 배워서 일자리를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 퇴직-경력단절 이후 호텔리어 도전1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퇴직하거나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층이 객실관리, 식음료, 조리 보조 등 호텔리어로 새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중장년내일센터와 중구청은 지난달 18~22일 5일간 로얄호텔서울 등에서 ‘호텔종사자 양성과정’을 운영했다. 과정은 생애경력설계, 이력서 작성, 객실관리·식음료·조리 직무설명회, 호텔 직무 이론, 현장 실습, 면접 등 33시간으로 운영됐다. 해당 직무는 식음료, 객실관리사, 조리 등이다.
이번 과정에는 108명이 신청했고 43명이 선발됐다. 과정 마지막 날 열린 구인·구직 만남의 날에는 현장 면접 6개사, 온라인 면접 2개사가 참여해 42개의 일자리를 놓고 면접이 진행됐다. 서울중장년내일센터는 2023년 11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호텔업 특화과정을 모두 10차례 운영해 호텔 분야 인력 404명을 배출했다. 2024년 135명, 지난해 150명이 수료했고, 올해는 119명이 3개 과정을 마칠 예정이다.
출판사에서 디자인·출판 업무를 13년간 하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끊긴 김모 씨(56)도 강의를 들었다. 김 씨는 경력 공백이 17년에 달했지만 자녀들이 성장한 뒤 다시 일을 하고 싶었다. 다만 따로 직업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아 어떤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김 씨는 우연히 서울중장년내일센터 호텔종사자 양성과정 안내 문자를 받아 지원했다. 그는 “교육 내용이 세밀했고 현직자와 실제 경력자의 강의를 통해 현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객실관리사 채용에 지원할 것”이라며 “호텔리어로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30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다 올해 1월 말 퇴직한 조모 씨(55)도 대학생 딸의 추천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한 만큼 새로운 직업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현장 경력이 많은 강사들의 사례를 들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조 씨는 “한가지 직무만 하는 게 아니라 경력을 쌓으면 여러 직무를 할 수 있어 오히려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식음료나 객실관리 직무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는 숙박시설이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 중 하나다. 서울중장년내일센터는 2024년 3월 서울고용노동청, 한국관광공사, 서울시관광협회, 중구청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광 분야 일자리 사업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기업 간담회와 구인 수요 조사를 거쳐 호텔종사자 양성과정, 여성 특화 호텔리어 양성과정, 호텔 객실부 전문인력 양성과정, 호텔 객실관리사 양성과정, 호텔 시설·보안 전문가 양성과정 등을 개설했다.
호텔업이 중장년 재취업 과정으로 주목받는 건 현장의 채용 수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장년에게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업무 자체가 쉽지는 않다. 객실관리 업무는 침구 정리와 객실 청소 등 반복적인 육체 노동이 많고 식음료·연회 업무는 고객 응대와 현장 순발력이 요구된다. 조리보조 역시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한다. 로얄호텔서울 객실관리 담당 양영미 씨(54)는 지난해 8월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뒤 취업했다. 양 씨는 “호텔 메이드는 객실 하나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라 생각보다 노동 강도가 높지만 정년이 없고 익숙해지면 혼자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호텔 용어와 업무를 미리 배우고 입사하면 두려움이 줄어든다.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나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옥경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선임 컨설턴트는 “호텔은 적응력과 성실함만 갖춘다면 연령과 무관하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다”며 “다만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 호텔종사자 양성과정 등을 통해 직무 적성을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hour ago
6


![[속보] 코스피 8788.38(▲312.23p, 3.68%), 원·달러 환율 1504.3(▼3.6원) 마감](https://www.amuse.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몽클레르가 7만원?"…수상한 명품 행사에 '북적북적' [현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606/01.44488039.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