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강진 베네수엘라 아비규환
오랜 경제난 속 의료 인프라 열악… 광장엔 이재민 몰려 ‘노천 침실’로
약탈 성행, 피해 큰 지역에 軍 투입
정부, 온라인 차단… 사상자 축소 의혹
韓, 구호품 등 500만 달러 규모 지원
베네수엘라 언론인 토니 프랜지 마와드 씨가 26일(현지 시간) 미국 CNN에 한 말이다. 서부 마리페레스에서 맨몸으로 17세 소년을 구조한 시민 마이켈 린콘 씨 또한 스페인 EFE통신에 “제대로 된 장비 없이 모든 것을 맨손으로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잔해 속에서 친척을 찾고 있던 북부 라과이라주 로스코랄레스 주민 아르헤니스 마르티네스 씨는 로이터통신에 “어디서든 트랙터를 구해 오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약속했던 중장비는 대체 어디에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4일 오후 6시경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이 발생한 베네수엘라 곳곳에서는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골든타임이 생사를 가르는 구조 현장에서는 장비 부족이라는 또 다른 난관이 발생했다.오랜 경제난으로 트랙터, 굴착기, 불도저 등 중장비가 부족해 상당수 구조 요원과 시민들이 맨손, 삽, 수레 등을 이용해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 잔해에 깔린 이웃들을 구조하려 애쓰고 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요 중장비 또한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다만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26일 피해가 심각한 북부 라과이라 일대에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 등도 성행하자 초강수 조치에 나선 것이다.
● 구조 장비 부족에 의료 인프라도 열악
시민들은 여진에 대한 두려움으로도 떨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 등에 따르면 24일은 물론이고 25일에도 상당수 주민들이 집 대신 주변 도로, 공원, 주차장에 매트를 깔고 잠을 청하거나 차량에서 눈을 붙였다. 특히 수도 카라카스 도심의 ‘플라사 베네수엘라’(베네수엘라 광장)는 수많은 시민이 몰려들어 거대한 ‘노천 침실’로 변했다. NYT에 따르면 피해가 심한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이 거리 위에 놓여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베네수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 1110억 달러(약 172조500억 원)의 약 2∼10%에 이를 것이라는 초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최대치인 10%를 적용하면 111억 달러(약 17조2050억 원)이다.
● 사상자 수 축소 의혹 제기
실제 사상자 수 또한 당국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정권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떠난 베네수엘라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실종자 추적을 위해 자체 개설한 웹사이트에서는 26일 기준 최소 5만∼6만 명의 실종자가 보고되고 있다.
NYT는 이번 지진이 ‘주향이동단층(Strike-slip Faults)’ 운동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지각이 수평으로 미끄러져 이동하는 형태로 두 지각판이 충돌하면서 한쪽이 밑으로 파고들어 발생하는 ‘섭입대(Subduction Zone)’ 지진과 다르다. 또 두 차례 지진의 진원 깊이가 각각 약 20km, 10km로 낮았으며 인구 밀집 지역 인근에서 발생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한편 중남미를 관할하는 미군 남부사령부는 26일 구호 활동을 위한 미군 수송기와 헬리콥터 등이 26일 카라카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 정부 또한 베네수엘라에 위생용품, 의약품 등을 500만 달러(약 77억5000만 원)어치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NYT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수색 구조팀이 속속 베네수엘라에 도착하고 있음에도 중장비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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